가구의 본질부터 혁신하다

스타일이 없기에 스타일이 될 수 있었던, 스티클리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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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건축가가 가구를 디자인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하지만 가구를 디자인하던 이가 건축에 개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오늘 이야기 할 미국 가구 디자인의 개척자 구스타프 스티클리(Gustav Stickley, 1858~1942)를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정말 건물을 설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가구 디자인이 마치 ‘건축’과 다름없을 만큼 형태나 기능면에서 아름답고 정교했다는 일종의 비유죠. 실제로 세계 3대 건축가라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스티클리 가구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의자를 디자인하기도 했으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겠군요. 뿐만 아니라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진 작품형태는 선의 분할로 구성된 라이트의 건축물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니 그야말로 ‘건축적 가구 디자인’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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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antiquesandthearts>

스티클리 가구 디자인의 핵심‘절제’입니다. 그는 Art & Modern이라는 미국 근대공예운동을 이끌면서 당시 유럽이 주도하던 장식기법을 정면으로 배제하고 선과 재료의 질감만을 이용해 ‘아름다운 단순함’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것이 근대 가구의 가치라 믿었던 셈이죠. 그가 생각한 좋은 가구의 매력이란 화려함이나 비싼 재료에 있지 않고, 모든 시민의 삶 속에서도 자연스러우며 오랜 세월 주인 곁을 지킬 만큼 튼튼한데 있다고 여겼습니다. 실제로 스티클리 가구는 세월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는 오크나무 특유의 색채와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도 몇 세대를 견디는 튼튼함을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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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피카소의 석판화 ‘황소 시리즈’는 매우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황소의 형태가 어떻게 간략화 되어가는 지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그저 ‘단순화 시킨 황소’정도로만 이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것은 단순화의 개념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압축화 과정”이라고 설명한바 있습니다. 저는 피카소가 언급했던 ‘압축화’가 가구에 적용된 모습이 바로 스티클리라고 생각합니다. 장식이라곤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는 디자인이지만 앉았을 때 놀랄 만큼 편안한 구조,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지겹지 않은 디자인은 그의 작품이 인간을 중심에 둔 ‘가구의 본질’에 가까웠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요.

장식이라곤 스핀들이라 불리는 가늘고 긴 부재를 사용한 게 전부이지만 이 부재들 역시 가구 속에서 충분히 역할을 하므로 스티클리의 가구엔 장식이 없는 셈입니다. 요컨대 장식을 빼고 가구의 본질만 남겼기에 오히려 혁신이 되어버린 경우입니다. 덕분에 그 오랜 세월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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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이나 통섭이란 말도 이제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가끔 우린 이 익숙함 때문에 혁신이 항상 결합에서만 나온다고 단정지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를 앞서간 가구 디자이너 스티클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혁신의 전형당연한 것을 빼고 지루한 반복을 배제해보는 시도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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