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원 SF작가 미래상상! 미래 교통수단은 어디까지?

우리의 미래 교통수단은 어디까지 발달할 수 있을까?

2015년 5월 26일 전남 동부지역의 40여개 병의원 장들이 전남대학교 병원에 모여 상생협력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유가 KTX 호남선의 개통 때문이란다. 하루 반나절이면 서울의 큰 병원을 드나들 수 있게 되었으니, 새로 생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주변상권을 공동화시키는 빨대효과가 의료계라고 해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는가. 얼핏 생각하면 교통수단의 발달은 누구나 득이 될 것 같지만 이렇게 예기치 못한 뒤통수를 맞는 사람들도 있다. 그 만큼 교통수단은 과학과 기술이 우리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는지 새삼 일깨워주는 실생활의 일부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이용하게 될 교통수단이 대체 어느 수준까지 발달하게 되리라고 내다볼 수 있을까?

이러한 상상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 과학기술은 특정 발견이나 발명을 통해 어느 날 갑자기 불연속적으로 도약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간의 상상은 대개 아날로그적인 연장선상에 머무는 까닭이다. 18세기에 쓰여진 선구적인 과학소설 <조지 6세의 치세, 1900~1925 The Reign of George VI, 1900~1925; 1763년>가 전형적인 예랄까. 작가 미상의 이 소설은 당대 관점에서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았는데, 그래봤자 신선하고 유망한 대체교통수단으로 운하 유람선을 내놓는 정도였다. 따라서 지금부터 필자가 예로 들거나 예견하는 교통수단들은 반드시 근미래에 현실화된다기보다는 이와 관련하여 인류가 어떠한 꿈을 품고 상상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특히 일부는 황망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이러한 소재들 가운데 우리의 지적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그치지 않고 훗날 실용화되는 것도 있을지.

항상 이상은 현실보다 멀리 내다보는 법이다. 1909년 누구나 값싸게 구입할 수 있게 설계된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의 신형 자동차 ‘모델T’ 생산라인이 테일러시스템에 힘입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을 무렵 당시 작가들의 풍부한 상상력은 이미 몇 발짝 앞서 있었다. 이미 공기보다 무거운 최초의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최초의 잠수함이 실용화된 때였지만, 비전을 꿈꾸는 작가들과 과학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당시로는 파격적이라 할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해서 이용할 수 있는 개인용 자동차에서부터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빠른 비행기 그리고 심지어는 꼰스딴띤 찌올꼬쁘스끼(Konstantin Tsiolkovsky)의 논문 <제트엔진을 이용한 우주탐사The Probing of Space by Means of Jet Devices; 1903년>에서 보듯 우주선까지 장차 도입되리라는 전망이 제시되었다.

신규 교통수단 가운데에서도 특히 잠수함과 비행기는 미래전쟁을 그린 소설의 단골소재가 되었다. 조지 그리피스(Gorge Griffith) 같은 대중작가들 뿐 아니라 H. G. 웰즈까지 <잠든 자가 깨어날 때When the Sleeper Wakes; 1899년>와 <공중전쟁The War in the Air; 1908년> 그리고 <다가올 세계의 모습The Shape of Things to Come; 1933년> 등을 통해 전쟁에서 새로운 운송수단, 특히 비행기의 역할에 크게 주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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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G. Wells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미국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최초의 SF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즈 Amazing Stories]의 편집장이자 발행인 휴고 건즈백은 아예 비행(飛行)과 관련한 미래소설들만을 싣기 위해 별도로 [에어 원더 스토리즈 Air Wonder Stories]라는 잡지를 창간할 정도였다. 1920년대 말이 되기도 전에 미국의 대중소설에는 초광속 우주선이 등장했고, 개인 수송의 궁극적 비전이라 할 반중력 벨트가 필립 프랜시스 나울른(Philip Francis Nowlan)의 <버크 로저스 시리즈 Buck Rogers; 1928년~ >에 약방의 감초처럼 쓰였다.

그렇다면 20세기 초 이후에 나온 SF적인 상상력은 교통수단의 미래를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을까? 필자는 여기에 그 중 눈길을 끌만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미래 교통수단 1. 진공터널을 이용한 초고속 열차

터널 안에 공기를 없애 마찰계수가 0에 수렴하게 만들면 그 안에서의 이동은 우주선이 우주를 헤쳐 나가는 밀도보다 희박할 수 있다. (우주에서의 밀도는 1m3 당 수소 원자 1개다.) KTX보다 더 빠른 자기부상열차가 나온다 해도 어차피 지상에서는 공기저항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면 지구촌 전역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1일 생활권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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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통수단 2. 물질전송

영화 <스타트랙 Star Trek>을 보면 운반물을 입자 단위로 분해했다가 목적지에서 재조합하는 기술이 사용된다. 입자로 분해된 사람이나 물체를 광속으로 목적지까지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지구상에서는 실시간으로 1초 이내에 어디든 갈 수 있다. 래리 니븐(Larry Niven)의 <알려진 우주 시리즈 Known Space Series; 1964년~ >와 댄 시몬즈(Dan Simmons)의 <하이페리온 시리즈 Hyperion Cantos tetralogy; 1989~1997년> 및 <일리움 Ilium; 2003년>/<올림포스 Olympos; 2005년> 등은 바로 이러한 교통수단이 일상화된 근미래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방심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분해 및 전송 과정이 일어나는 장비 안에 오로지 전송되어야 하는 사람이나 물체만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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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파리라도 한 마리 무심코 따라 들어갔다가는 영화 <플라이>에서처럼 재합성 과정에서 반은 파리고 반은 인간인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필자가 구상 중인 한 소설에서는 물질전송기 안에 사람이 벌거벗은 채 들어가야 한다. 전송기의 감지기가 입고 있는 옷이나 몸에 엉겨 붙은 껌 조각을 인간의 몸과 소립자 단위에서 정교하게 구분해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자보다 더 작은 원자 단위에서는 물질의 고유성분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니 전송기에 들어가기 전에 잡티 하나 없게 몸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 비듬이나 귀지도 달고 들어가면 안된다. 재조합 과정에서 체내에 들어가 버려 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옷과 휴대물품은 각기 따로 전송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물질전송기를 이용하더라도 실시간 이동은 어려울 듯하다. 출발 전에 먼저 꼼꼼히 몸 속 구석구석 닦아낸 다음 물기 하나 없이 말리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하니 말이다. 물론 그래도 재래식 운송수단보다야 천배 만배 빠를 것이다.  

미래 교통수단 3. 평행차원을 나란히 연결하기

미야자끼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の城; 2004년>을 보면 마법사 하울의 집 대문을 열었다 닫을 때마다 전혀 다른 곳의 풍경이 나타난다. 대문 안쪽에는 공간이동 범위를 정하는 조정기가 달려 있다. 과연 이런 일이 마법의 세계에서만 가능할까? 꼭 그렇지는 않을지 모른다.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서도 그러한 집을 추론해볼 수 있다. 로벗 앤슨 하인라인(Robert Anson Heinlein)의 단편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집을 지었다 And He Built a Crooked House; 1940년>가 그러한 예다.

이것은 4차원 초입방체(tesseract)를 3차원에 풀어놓은 전개도처럼 지어진 건물이 지진으로 뜻밖에 진짜 4차원 초입방체가 되어버린 사건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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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그 집 안에 들어간 건축가 일행의 눈에 비친 바깥세상이다. 밖에서 보면 8개였던 방이 지진으로 1개만 남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듯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8개의 방이 멀쩡히 있지 않은가. 설상가상으로 각 방의 창마다 마천루와 바다 밑, 아프리카 초원 그리고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등 서로의 거리가 한참 먼 전혀 다른 세계들이 보였고 심지어 그중에는 밖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색깔조차 감지되지 않는 무(無)의 공간을 비춘 창도 있었다. 돌연 지진이 재발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부랴부랴 사막이 보이는 창밖으로 탈출한다. 그들이 나온 곳은 원래 집이 있던 대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오지의 한 자연국립공원이었다. 이처럼 차원이동의 원리를 이용하면 우리는 장거리 공간을 이동하는 방법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차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진다면 언제고 이러한 매개수단을 교통매체로 이용하게 될지 모른다.

미래 교통수단 4. 텔레포테이션

소설뿐 아니라 만화와 영화에서도 정신의 힘으로 자신의 몸을 어딘가로 단번에 훌쩍 이동시키는 텔레포테이션이 눈요기꺼리로 등장하곤 한다. 심지어 알프레드 베스터(Alfred Bester)의 장편소설 <타이거! 타이거! Tiger! Tiger!; 1956년>는 텔레포테이션이 상당수 사람들에게 상용화된 여행수단으로 쓰이는 미래를 그린다. 베스터의 작품이나 비교적 최근작으로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스티븐 굴드의 <점퍼>나 이러한 능력은 원래부터 타고나는 소수자의 권리로 묘사되기 십상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는 대중교통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서 예로 든 차원이동이나 물질전송 원리를 완전히 체득한 인류가 그러한 기능을 아예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 넣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타고난 소수가 아니라 시술만 받으면 누구나 전세계 여기저기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범죄를 포함한 오남용의 우려 탓에 설사 개발이 된다 해도 아무에게나 시술해주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나 인간의 주거지가 태양계 전역으로 확장되는 날이 온다면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가능해진다면 이 두 가지 조건은 서로 충분히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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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eportation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이제까지 예로 든 미래의 교통수단들은 근미래에 가능한 것도 있고 정말 가능할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기술을 그 사회가 얼마나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앞서 전남 병원들의 대책회합에서 보듯이 첨단과학기술은 항상 동전의 양면을 지닌다. 복제인간 기술이 우리에게 줄 직접적인 혜택 못지않게 그로 말미암아 법적 제도적 그리고 사회윤리적으로 두려움을 안겨주는 예에서 보듯이 말이다.

 

고장원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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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평론가, 작가, 과천과학관 SF2014 외 다수 과학소설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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