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원 SF작가 미래상상 ‘양서인간 가능성’

인간이 물속에서도 숨쉬며 살 수 있을까?

이카루스의 날개가 하늘로 활동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꿈을 상징한다면 세계 각지에서 전승되는 인어의 신화는 같은 맥락에서 바다 속으로의 진출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시사한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할 수 있을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해양 생태계는 우리에게 아직 미지의 변경으로 남아 있다. 해저에는 다양한 지하자원과 식생이 풍부하게 자리 잡고 있어 앞으로 이것들을 얼마나 지혜롭게 보듬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크게 좌우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솔직히 바다의 자원개발은 우주개발보다 현실적인 실익이 훨씬 크다. 문제는 접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우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치 지척에 있건만 살인적인 수압 그리고 공기와 물자 조달의 번거로움은 우리가 바다를 우주보다 친숙한 공간으로 만드는데 주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물 속에서 자유롭게 호흡하며 활동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소설 작가들은 일찍부터 이런 문제에 관심을 지녔으니, 러시아 작가 알렉산더 벨랴에프(Alexander Belyaev)의 장편소설<물고기인간 The Amphibian; 1929년>은 과학의 도움으로 인간이 잠수장비 없이 맨 몸으로 물 속 호흡을 하는 이야기 유형의 효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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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벨랴에프(Alexander Belyaev)의 ‘물고기인간 The Amphibian; 1929년’ /출처 : 아마존 도서 리뷰>

이 소설에서 양서인간을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교회에게 고소당해 재판에 출두한 과학자는 지구 표면적의 7/1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의 무한한 식량과 자원을 충분히 이용하자면 그에 걸맞게 인간의 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인간이 물 속과 땅 위에서 동시에 살 수 있으려면 어떤 몸이어야 할까? 이른바 양서인간(兩棲人間)이라 불리는 이러한 인간 종(種)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SF에서 이제까지 다음과 같은 방식들을 고려해왔다.

양서인간
에 도전하는 미래 기술 상상
1.외과수술적인 방법: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인간이 물속에서 산소를 흡입할 수 있게 물고기처럼 몸에 아가미를 외과수술로 이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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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 본연의 심폐기능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아가미 조직을 단순히 이식한다고 해서 양서인간의 물 속에서의 신진대사가 원활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앞서 소개한 <물고기 인간>외에도 케네스 벌머(Kenneth Bulmer)의 <해저도시 City Under the Sea; 1957년>와 리차드 세틀로(Richard Setlowe)의 <실험 The Experiment; 1980년> 등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2.유전공학적인 방법:
유전공학은 외부기관(아기미)을 임의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란과 배아단계에서부터 DNA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중호흡기관에 자연적이고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따라서 신체의 다른 기관(예컨대 심폐기능)과 충돌할 가능성도 훨씬 적어진다.

제임스 블리시의 단편소설<표면장력 Surface Tension; 1952년>이 좋은 예로, 여기서는 바다가 지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계행성에 착륙한 인간 우주비행사들이 싣고 온 유전자은행에서 새로운 조합을 통해 물 속에서 살 수 있는 새로운 종(種)을 후손으로 남긴다. 과학소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순차적으로 반영하므로, 일반적으로 유전공학적 방법론을 구사한 작품들은 단순히 외과수술을 적용한 작품들보다는 나중에 발표되었다.

 3.특수물질: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은 반드시 아가미가 몸에 달려야만 인간이 물 속에서 오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할 클레멘트(Hal Clement)의 장편소설 <정상의 바다 Ocean on Top; 1973년>와 할리웃 영화 <심연 Abyss; 1989년> 그리고 피터와츠(Peter Watts)의 장편소설 <불가사리 Starfish; 1999년> 등에서는 심해에서 인간이 숨을 쉴 수 있는 특수물질이 개발된다. 예컨대 <불가사리>에서는 유전공학적 처치 덕분에 가공할 수압에 견딜 뿐 아니라 몸에 화학성분을 바꿔주는 레트로바이러스 같은 특수효소가 주입된 심해활동요원들이 아가미가 없이 수중호흡을 한다.

SF가 상상해왔듯이 과학기술이 발달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 인간이 정말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날이 올까? 사람이 물 속에서 허파로 호흡하지 못하는 이유는 산소가 부족하고 수압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1960년대 뉴욕주립대 버팔로(SUNY Buffalo)의 과학자 J.킬스트라(Kylstra)는 소금물에 고압을 가해 산소를 잔뜩 녹여 넣었다. 그리고는 쥐의 허파에서 공기를 빼낸 다음 산소가 녹아있는 소금물을 주입했다.1) 그 결과 쥐들은 소금물로 숨을 쉴 수 있었으나 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아져 오래 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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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랜드 클락(Leland Clark) / 출처 : 위키미디어>

1966년 리랜드 클락(Leland Clark)은 소금물 대신 플로로카본(Fluoro-carbon)2) 용액에 산소를 녹여 넣어 동일한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동물들은 그 용액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대신 이산화탄소를 내뱉었다. 플로로카본 용액의 온도가 낮을수록 쥐의 호흡이 느려져 이산화탄소의 생성을 막아주었기 때문에 물 속에서 더 오래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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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로카본 용액을 이용한 실험은 1990년대에도 계속되며 성공률이 높아졌다. 실험대상은 개처럼 비교적 덩치가 큰 동물로까지 확대되었으나 몸에 심각한 손상을 입지는 않았다. 플로로카본은 인체에 흡수되지 않아 의료 처치 중에 환자가 숨쉬게 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물이나 액체에 산소를 다량 녹여 넣는 방식은 폐쇄공간이 아닌 바다나 강에 적용할 수 없는 까닭에 설사 인체에 무해하다 한들 실제 큰 쓸모는 없어 보인다.

유전공학이 지금과 같이 계속 발달하다 보면 미래에는 인간의 몸에 아가미를 이식하거나 체액을 물 속에서 산소만 걸러낼 수 있는 종류로 교환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실현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과가 사회전반에 미칠 영향이다. 배아복제를 둘러싼 논쟁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을 응용한 인간신체의 임의변형은 윤리적 논란은 물론이고 그러한 시술을 받은 이의 정신세계에까지 심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물고기인간>에서 양서인간 프로젝트를 주도한 과학자는 겁쟁이 같은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며 인간이 더 나은 내일을 열려면 어떤 제약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어릴 적 어깨 마디뼈 양쪽에 상어의 아가미를 이식 받은 인디오 젊은이에게는 뭍과 물속을 오가는 양면적인 삶이 버겁다. 인간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뭍에 올라와야 하지만 물 속에 있을 때가 가장 몸의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예 물을 오랜 동안 접하지 못하면 물고기인간은 물고기처럼 죽어버리고 만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아베 코보(安部公房)의 장편소설 <제4 간빙기 第四間氷期; 1959년>는 양서인간을 만들어내는 인간개조공학이 인류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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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코보(安部公房)의 ‘제4 간빙기 第四間氷期; 1959년’ / 출처 : 아마존 도서 리뷰>

지구온난화가 악화일로로 치달아 조만간 육지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되자 수중호흡 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추진된다. 구인류의 시선에서는 이것은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도발로 이해될 법 하지만, 양서인간에 대한 수요가 해저의 공장과 광산 그리고 유전 등에서 잇따르자 대부분의 가정이 자녀 중 적어도 한 명 이상 양서인간을 두게 되며 신인류에 대한 세간의 편견은 잦아든다. 급기야 해저도시가 완성되고 양서인간들의 사회가 형성되자 그들은 독자적인 정부를 갖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매년 30m 이상씩 해수면이 상승하는 통에 결국 구인류는 종말을 고한다. 다시 한참 세월이 흘러 양서인간 아이 하나가 수면 위로 간신히 고개를 내민 작은 섬에 오른다. 아이는 바람의 노래를 듣고 싶지만 아가미가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아우성친다. 이제 아이에게 속한 세상은 이곳이 아니다. 육지는 이제 신인류에게 바다만큼 낯선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건 바다 깊은 곳으로 나아가건 과학기술은 튼실하게 그 뒤를 받쳐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점이다. <제4간빙기>에서처럼 종의 명운이 갈리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이 땅 위에의 삶과 물 속의 삶을 양립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원자탄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 해서 반드시 그런 폭탄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양서인간이 대세인 세상에서라면 뭍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아울러 인류의 문명은 어떠한 양상을 띨 것이며 가치관과 세계관은 얼마나 변화할까? 진화는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대가를 요구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당신에게는 선택이 필요하다. 

1) 로이스 그레시와 로버트 와인버그 지음, <수퍼영웅의 과학 The Science of Superheroes>, 한승, 2004년, 111~112쪽
2) 프레온 가스. 화학적으로 안정된 물질이라 인체에 무해하나,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분해 되어 염소를 방출한다. 이 염소가 촉매 작용하여 계속 오존과 반응하게 되면 오존층을 파괴한다.

 

고장원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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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평론가, 작가, 과천과학관 SF2014 외 다수 과학소설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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