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 2015년 결산과 2016년 전망

지난해 배럴당 53.27달러로 시작했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12월31일 32.19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2011년 105.98달러에 이어 2012년 109.03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100달러 아래인 96.56달러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0.69달러였습니다. 3년만에 ‘반토막’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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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2011년 국내 정유사도 최대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실적이 계속 내려갔죠. 그러나 지난해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연초만 해도 ‘반짝’ 실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호재는 연말까지 이어졌습니다.

올해 정유사들의 실적은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4분기까지의 실적이 더해지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4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급격한’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국제유가가 2011년의 절반 수준인 것을 생각해보면 국제유가가 정유사 영업실적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기존에 일반적으로 알려졌던 ‘고유가=정유업계 호황’이라는 인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합니다. 재고 물량은 최소 30일치를 확보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 국제유가가 오르면 재고자산 가치가 올라서 수익도 올라가겠죠. 싼 가격에 원유를 사서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 사이 국제유가가 낮아지면 재고자산 가치가 낮아져서 수익도 줄어듭니다. 비싼 가격에 원유를 사서 싼 가격에 제품을 파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실제 2014년 4분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사의 재고손실이 커졌고 2014년 실적 악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국제유가가 높으면 정유업계 실적이 좋다고 알려진 또 다른 이유는 일반적으로 고유가 때 정제마진도 높기 때문입니다. 정제마진이란 원유 1배럴을 투입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합니다. 일반적인 수요-공급 원칙이 적용된다면 원유가격이 높을 때 수요도 높다는 뜻이겠죠? 이러면 정제마진도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겁니다.

그러나 2012~2014년 상황은 달랐습니다. 국제유가는 100달러 내외를 유지했지만 세계적인 석유제품 공급과잉으로 국내 정유업계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분기별로 적자와 흑자를 오고 가거나 비정유업에서 수익을 거두는 형태였죠. 이는 해외 업체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다만 미국은 예외였는데요, 미국 정유업체들은 자국의 원유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올해 석유수출을 허용하기로 하기 전까지 미국내에서만 소비가 가능했기에 호재를 누렸죠.

이런 상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14년말 감산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미국발 셰일오일 생산 열풍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던 중동산 원유 물량이 줄면서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량이 많아졌고 국제유가도 하락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이해관계 때문에 감산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제품 가격도 싸졌고 낮아진 가격에 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늘었습니다.

즉 정유업계는 낮은 원재료 가격과 세계 석유제품 수요 증가, 그리고 증설 정제시설 수 둔화 등으로 높은 정제마진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죠. 실제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시아권 정유사가 고도화설비를 통해 두바이유를 정제했을 때 남는 이익인 복합 정제마진은 2011년 배럴당 8.2달러에서 2012~2014년 7.5→6.2→5.9달러로 낮아졌다가 올해는 7.7달러로 높아졌습니다. 12월 셋째주에는 9.4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통상적으로 국내 정유사가 손익분기점으로 꼽는 정제마진은 배럴당 4.5~5달러 수준입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성장세 둔화, 신흥국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의 변수에 대비해 수급처 다변화, 정제설비 고도화, 비원유부문 강화 등의 전략도 취하고 있습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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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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