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SF작가의 미래상상! 냄새를 보는 소녀, 가능할까?

요즘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를 아시나요? 이 드라마의 독특한 점은 주인공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냄새를 ‘맡는 게’ 아니라 무늬, 색깔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설정인데요. 다른 신체부위로 후각을 느낄 수 있는 게 가능할까요? 김진우 SF작가의 미래상상 글을 통해 색다른 ‘냄새를 보는 소녀’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사립탐정 말로

‘냄새를 보는 소녀’처럼 초능력은 없지만, 신기술은 있다?

사립탐정 말로는 생일을 맞아 멋진 선물을 받았다. 공중에 떠다니는 냄새 분자들을 볼 수 있는 헬멧이었다. 마치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펑크가 쓰고 다니는 헬멧처럼 생긴 그것은 분자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냄새 알갱이들의 모습을 고글을 통해 순식간에 확대해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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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헬멧에내장된 소형 컴퓨터가 그 냄새 분자의 정체를 문자로 알려 주었다. 선물을 준 사람은 단골 의뢰자인 알프레드였다. 그는 유명한 엔지니어였는데, 얼마 전자신의 애견을 찾아준 대가로 말로에게 그 선물을 준 것이다. 알프레드는 이런 말도 했다. “말로, 배트맨이란 영화를 보면 집사로 나오는 사람의 이름이알프레드야, 내 이름과 같지. 이제 곧 나는 퇴직할 나이인데…, 자네 곁에서 집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네. 일류 기술자인 나를 집사로 써도 자네한텐 손해나는 일 없겠지?”

‘냄새를 보는 소녀’의 능력을 뛰어넘어 ‘병’까지 보인다면!

그 후 알프레드는 그의 사무실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그의 애견 닥스훈트와 함께. 말로는 그 개의 몸에서 쏟아지는 당뇨병 특유의 냄새 분자들을 볼 때마다 낄낄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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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말로에게 그 헬멧을 업무적으로 사용할 기회가 생겼다. 어느 할아버지가 도난당한 고서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던 것이다. 그 고서는 중세에 발간된 두 권의 연작시집 중 한권이었다. 사무실을 방문한 할아버지의 손엔 나머지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잃어버린 책도 이것과 똑같은데, 표지 색깔만 다르죠. 제발 꼭 찾아주세요!”

말로는 책에서 나는 특유의 쾨쾨한 냄새를 보면서 말했다. “왠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기분이 드네요.” 그러자 의뢰자가 이런 말을 했다. “범인을 알고 있어요. 바로 내 친구 앤드류죠. 얼마 전 그놈이 최고급 와인을 들고 우리 집에 놀러왔었는데, 그걸 마시고 내가 방심한 사이에 훔친 것이 틀림없어요.” “달라고 하시면 안 돼요?” “절대로 안 내놓을 거예요. 놈도 나처럼 엄청난 고서수집광이거든요.” 말로는 그 사건 해결을 맡기로 결정하고 나서 알프레드에게 “이제 이 헬멧이 활약한 시간이 왔네요.”하면서 헬멧에 추가할 새 기능에 대해 말했다.

‘냄새를 보는 소녀’ 대신 ‘냄새를 보는 강아지’

며칠 후 말로는 앤드류 씨가 사는 집으로 예쁜 푸들 한 마리를 들고 갔다. 의뢰인이 해준 얘기에 따르면 홀아비인 앤드류는 개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열세마리나 되는 개들을 키우고 있었다. 말로는 푸들을 그 집에 스파이로 투입할 생각이었다. 띵동! 벨소리가 울리자 현관에 모습을 드러낸 앤드류에게 말로는 인사한 후 이렇게 말했다. “혹시 이 푸들의 주인이 아니신가요? 며칠 전부터 이 동네를 배회하고 있는데, 유기견 수거차에 실려 갈 것 같아서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앤드류가 푸들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런 갓난 애기를 누가 버렸지?” “아 주인이 아니시군요. 그럼 이놈을 유기견 센터로 보내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말로가 등을 돌리자 앤드류가 외쳤다. “내가 키우겠습니다!”

그 푸들의 목줄엔 도난당한 옛 시집 특유의 냄새를 포착하는 수용체가 내장된 ‘전자 코’가 붙어 있었다. 잠시 후 전자 코가 신호를 보냈다. 앤드류의 집 앞에 세워둔 차 안에서 말로와 알프레드가 저녁내기 체스를 두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울려 퍼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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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알프레드가 두 손을 든 채 외쳤다. 푸들이 드디어 그 냄새를 맡았군!” 헬멧을 쓴 말로와 알프레드는 차에서 내린 후 앤드류의 집 현관을 다시 두드렸다. 앤드류는헬멧을 쓴 두 방문자를 경계하는 눈초리로 “누구시죠?”라고 물었다. 그 순간 앤드류의 날숨에서 아세톤과 암모니아 냄새를 본 말로가 말했다. “당뇨가 있으시군요. 신장도 안 좋으시고…. 뭐야, 그런데 좀 전에 초콜릿을 드셨잖아. 그건 해롭습니다.” 앤드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말로가 주머니에서 작은 큐브를 꺼냈다. “이것을 컴퓨터에 장착하면, 선생님이 몸에 해로운 음식을 드실 때마다 경보가 울릴 겁니다. 이놈은 귀신처럼 냄새를 포착하거든요. 그러면 결국 양을 줄이게 되고 안 좋은 음식을 안 먹게 되겠죠. 어때 장착해 드릴까요? 무료입니다. 제품 홍보 기간이라서.” “정말 그게 공짜예요?”

그리하여 두 헬멧은 앤드류의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알프레드가 거실에서 컴퓨터에 그 장치를 붙이는 작업을 하는 동안 또 말로는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시집의 냄새 분자들이 보이는 쪽으로 갔다. 다행히 금고가 아니었다. 복도에 진열된 고서들 사이에 그 시집 끼어 있었다.

며칠 후 말로는 의뢰자로부터 거액의 수표를 받았다. 그날 어느 카페에서 말로가 알프레드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노인의 컴퓨터에 달아준 건강 경보 장치는 진짜예요?” 그러자 알프레드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그것도 내가 개발한 거야. 컴퓨터를 비롯한 온갖 전자 장비에 기생하는 그놈은 냄새로 세상을 보고 냄새로 꿈도 꾸는 후각 인공지능이지. 이름은 그루누이.” 그러자 말로가 연둣빛 김릿 칵테일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그루누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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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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