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SF작가의 미래상상! 물건들이 사는 세상?

머리끈, 헤어삔, 반지, 단추, 볼펜 등 소소한 물건은 왜 이렇게 자주 잃어버리게 되는 건지… 공감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내 방에 있겠지?”, “책상에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찾아도 도통 보이지 않아 어리둥절했던 경험이 있으실 거에요. 감쪽같이 사라진 물건들,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요? 김진우 SF작가와 함께하는 이색 상상!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잃어버린 물건들이 사는 공간이 있을까?

시작부터 특별한 이색 상상

일요일 한낮, 주리는 마루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느 이상한 나라를 보았다. 헤어핀•우표•반지•단추•머리끈 따위가 사는 곳이었다. 그곳에도 왕이 있었다. 덩치 큰 만년필이 왕이었다.

“여러분, 우리는 비록 캄캄한 곳에 살지만 희망을 잃어선 안 됩니다. 어둡기 때문에 밝아질 것이란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왕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 힘껏 박수를 쳤다. 그때 주리는 잠에서 깨어났다. ‘참 이상한 꿈이네.’ 꿈속에서 보았던 검은 고양이 헤어핀, 아바나 항구의 그림이 있는 우표가 떠올랐다. 동시에 옛 친구의 모습도 떠올랐다. 꿈속에 등장한 그 헤어핀과 우표를 선물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 지금 해외에 살지. 그런데 그 친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그러다가 주리는 그 헤어핀과 우표가 오래 전부터 눈에 띄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 어디에 있는 걸까?’

그때 신문을 들고 마루로 나온 아버지에게 주리가 물었다. “아버지, 제 검은 고양이 헤어핀과 아바나 항구 우표를 못 보셨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대답했다.

“뭐 대단한 물건 같지는 않구나. 네 엄마는 얼마 전 은반지를 잃어버렸다. 나는 한 달 전에 비싼 만년필을 잃어버렸고.”

“대단하지 않다고요? 내 단짝이었던 친구가 줬던 거예요.”

이색 상상에 신기술 등장!

그러다가 주리가 아버지의 무릎을 치며 외쳤다. “그 만년필을 찾을 수 있어요. 블루투스를 통해….” “카이사르를 죽인 브루투스?” “그거 말고!” 주리는 얼른 자신의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전자 태그가 붙은 그 만년필을 갖고 놀던 기억을 떠올렸다. 만약 그 만년필이 반경 10 미터 이내의 어딘 가에 있다면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통신을 통해 찾아낼 수 있었다.

image001

잠시 후 주리는 자신의 핸드폰에 있는 분실 방지 애플리케이션을 가동시켰다. 그러자 경고음이 울렸다. 마루의 구석으로 걸어가자 경고음이 더 커졌다. 주리는 구석 마루에 피라냐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구멍을 보며 소리쳤다. “아빠, 이 밑에 있는 게 틀림없어!” 그러자 아버지는 그 구멍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마루 밑에 있는 걸 어떻게….” 주리는 다시 아버지의 무릎을 탁 쳤다.

“먼지를 부르면 돼요.” “먼지?” “제 학교 짝꿍이 만든 미니 로봇의 이름이에요.”

얼마 후 주리의 학교 짝꿍이 먼지를 들고 나타났다. 먼지는 손톱만한 크기였는데, 머리에 초소형
카메라와 조명등이 달려 있었다. 짝꿍은 먼지의 등에 줄을 매단 후 마루 구멍 밑으로 내려 보냈다.

image003

이윽고 먼지가 짝꿍의 핸드폰으로 마루 밑의 모습을 전송했다. 그것을 보고 부녀는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잃어버렸던 수많은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먼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짝꿍이 먼지의 등에 매단 줄을 당겼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로봇이 어디에 빠진 것 같았다. 모두 발을 동동 굴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저녁이 되자 짝꿍은 로봇 찾는 것을 다음 날로 미루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날 밤 주리는 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만년필이 다른 물건들을 향해 매우 흥분한 모습으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우리 세상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 내 말을 거역하는 자들은 모조리 없앨 것이다!” 잠시 후 포박 당한 먼지가 끌려 나왔다. 만년필은 먼지의 머리에 달린 카메라를 뽑은 다음 박살을 냈다. 다른 물건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 순간 잠에서 깬 주리는 부모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잠자는 아버지를 깨운 다음 외쳤다.

“아빠, 먼지가 왜 작동을 멈췄는지 알았어! 바로 정신이 나간 만년필 때문이야!”
그러자 아버지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얘야, 걔가 아니라 네가 정신이 나간 건 같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먼지를 찾으러 온 짝꿍이었다. 짝꿍은 들고 온 큰 박스를 마루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먼지의 친구들을 총출동시킬 겁니다.” 잠시 후 박스에서 수많은 미니로봇들이 나왔다. 주리가 환호성을 질렀다. “만년필, 이제 넌 끝장이다!”

image005

짝꿍은 미니로봇들을 마루 밑으로 투하시켰다. 로봇들의 몸엔 끈끈이, 자석, 갈고리 등이 달려 있었다. 얼마 후 로봇들이 마루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잃어버렸던 물건들과 함께. 검은 고양이 헤어핀, 아바나 항구 우표, 어머니의 은반지, 아버지의 기타 피크도 나타났다. 어느 순간 짝꿍이 “먼지가 움직인다!”라고 외친 다음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먼지도 마루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지의 자석 손이 무언가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만년필이었다. 주리는 만년필이 우는 것을 보았다. 며칠 후 주리는 만년필이 우는 것을 또 보았다. 글을 쓰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채. 그날 밤 주리는 아빠 몰래 만년필을 집밖으로 데려나갔다. 집안 곳곳에 뒹구는 다른 작은 물건들과 함께. 끝.

김진우 SF작가

|

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댓글 남기기

이메일과 웹사이트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