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SF작가의 미래상상! 6.25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역사적 사건이 몇가지 있죠. 그 중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6.25 전쟁은 유독 마음이 아픕니다. 미래에는 어쩌면 타임머신이 개발되어 과거로 돌아가 6.25 전쟁을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진우 SF작가의 미래상상으로 6.25 전쟁을 만나보세요.

멈춰선 총알들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T 팀의 팀장 김성만 박사. 그는 비밀 프로젝트의 3차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날 밤, 홀로 술을 마시다가 눈물을 흘렸다. 10년 간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됐던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기쁨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로지 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일,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한을 푸는 그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감격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할아버지의 일기장. 김 박사는 중학교 시절 다락방에서 그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그 일기장을 촉수 낮은 전구 밑에서 읽다가 마지막 책장을 이르러 눈물을 왈칵 쏟으며 이런 결심을 했었다. 내게 이제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훌륭한 과학자가 돼 반드시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릴 것이다!’ 당시 조지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을 읽고 있던 그는 먼 미래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는 상상을 했던 것이다.

1수

한이 되어버린 6.25 전쟁

그날, 인민군들이 서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할아버지는 피난을 가야할지 모르니 아무데도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한강 다리를 넘었다. 다리 건너 마을에서의 예정된 축구시합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축구시합 장소인 어느 마을 공터엔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난리가 난 상황에서 그만 약속을 지켰던 것이다. 홧김에 누가 먹다 남긴 술을 마시고 강둑에서 잠들었던 그는 천지를 흔드는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눈앞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잠시 후 그는 한강다리가 폭파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 이후 그는 부모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수개월이 지나 서울 수복 후에야 집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참하게 무너진 집뿐이었다. 부모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동네 할아버지로부터 그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인마, 네 부모가 널 기다리느라 피난도 못 가고 있다가 인민군들한테 반동분자로 몰려 총살당했어. 이 나쁜 자식!”

그 말은 거대한 창이 돼 그의 가슴에 박혔고 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았다. ‘늘 속만 썩이는 못 된 자식이었어. 그런 내가 결국 엄마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구나!’ 그 죄책감 때문에 할아버지는 임종하는 순간까지도 괴로워했다. 일기장엔 할아버지의 그런 괴로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6.25 전쟁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막을 수 있을까?

김 박사는 마지막 실험을 수행할 타임머신 캡슐의 탑승자로 내정돼 있었다. 그는 디데이를 앞두고 증조부모의 총살을 막고 나아가 6.25 전쟁을 막는 꿈에 사로잡힌 채 불면의 밤을 보냈다.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를 바꾼다면 그로 인한 ‘노이즈’ 때문에 전쟁보다도 더 무서운 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다. 인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김 박사는 탑승하는 순간까지도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타임머신의 모든 문이 잠기고 카운트 다운을 하는 순간 ‘Plan B’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매핑(Mapphing)이란 흐르는 시간을 일시 정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6.26 전쟁이 벌어졌던 먼 과거로 날아간 김 박사는 매핑 상태에서 증조부모를 타임머신 캡슐로 모셨다.

02수

김 박사는 그들에게 자신을 증손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시간여행을 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할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보여드렸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남겼다. 그 다음 김 박사에겐 너무 힘든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그들을 원래 위치에 있게 하고 매핑을 해제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정밀한 작업이었다. 얼마 후 매핑이 해제되자마자 허공에 떠 있던 총알들이 증조부모를 향해 다시 날아갔다.

03

이제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남아 있었다. 김 박사는 손자를 잘 알아보지도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가쁜 숨을 쉬는 할아버지에게 증조부모가 남긴 영상을 보여주었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 나서 5 분 뒤 평화로운 얼굴로 숨을 거두었다. 김 박사는 시간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스스로 경위서를 써서 감사팀에 제출했다. 그것은 매핑 실험에 대한 보고서이자 개인적 욕망을 위해 인류를 위험에 빠트릴 뻔했던 한 사건에 대한 반성문이었다.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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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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