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SF작가 미래상상 ‘지구공동설’

지구 속이 비어 있다면? 그 안에 또 다른 지구가 있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세계인데요. 가설로만 존재했던 ‘지구공동설’, 미래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진우SF작가를 통해 만나보는 미래상상, 지금 바로 감상해보세요.

미래상상 ‘지구공동설’ 편 : 지구 핵을 지나는 특급열차

세계적 지구물리학자 로트레아몽 박사는 가끔 혼자 들르는 항구의 한 카페에서 술 몇 잔을 걸친 후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별들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아주 맑은 밤이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모래사장에 쭈그리고 앉아 바다 냄새를 맡다가 잠시 잠에 빠졌다. 그러다가 남자 아이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코끝에 바다의 비린내가 여느 때보다 더욱 짙게 느껴졌다.

“아빠, 우리 반 친구가 그러는데, 땅 밑에 거대한 도시들이 있다며? 여기 북극, 그리고 저 먼 남극에 그리로 들어가는 거대한 구멍이 있고…. 나도 가볼 수 있나?”

그러자 아이의 손을 잡고 밤바다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대답했다.

“물론, 가볼 수 있지. 너 곧 방학이지? 그리로 여행 가는 걸 엄마와 상의해볼게.”

그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박사는 분노를 느꼈다. ‘아이에게 저런 터무니없는 거짓 약속을 하다니….’ 그에게 지구 안에 또 다른 지구가 있다는 이른바 ‘지구공동설*’은 터무니없는 공상일 뿐이었다. 그는 아이에게 ‘지구의 속은 꽉 차 있으며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생명체가 살기 부적합한 환경이란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박사가 멀어져가는 부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누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부가설명 : 지구공동설(地球空洞說)은 지구의 속이 비어 있으며, 양극(남극과 북극)에 그 비어 있는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는 주장이다. (참고 : 위키피디아)

또 다른 지구에서 만난 미래상상 속의 지구공동설
“박사님, 오신 걸 환영합니다.” 로트레아몽 박사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대령 계급장을 단 남자였다. “환영하다니…? 여긴 내가 늘 오는 해변이오.” 그러자 대령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그 해변이 아닙니다. 박사님이 좀 전에 잠드셨을 때 이곳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웜홀을 통해…. 여기는 지구에서 2 백 광년 떨어진 또 다른 지구입니다.

#1

우리는 테라포밍(Terraforming,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 인간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이 여기서 살 수 있도록 이주를 돕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죠.”

박사는 머리를 돌려 해변 위의 상가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기이한 형태의 높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박사는 자신이 공간 이동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령이 말했다. “우리는 태양계 내의 천체 움직임을 시뮬레이션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 1년 후에 지구는 두 개의 소행성과 부딪힙니다. 그러면 인류도 공룡처럼 멸망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의 이주를 돕기 위해 여기에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들었죠. 이제 박사님을 저희 사령부로 안내하겠습니다.”

해변의 모래사장이 열리더니 계단이 나타났다. 박사는 대령과 함께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잠시 후 그들 앞에 은빛 열차가 도착했다. 대령이 말했다.

지구공동설이 가능하다면, 미래상상 속 교통은?
“우리는 이제 북극에서 출발하는 이 열차를 타고 지구의 핵을 지나 반대편에 있는 남극에 도착할 겁니다. 1만 3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지만 단 3분이 소요되죠.

#2

잘 아시겠지만 저 오리지널 지구에선 섭씨 7천도까지 이르는 엄청난 고열, 또 암석층의 압력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지구에선 커피를 잔에 따르는 것처럼 쉬운 일이죠.”
열차가 출발했다.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진 열차는 낙체의 법칙에 따라 움직였다. 잠시 후 박사는 지구의 핵을 통과하면서 총알보다 더 빠르게 날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열차의 속도가 느려졌고 창밖에 지하 도시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3

“남극 쪽을 중심으로 거대한 지하 도시들을 만들고 있는데, 천체 충돌과 이변에 대비한 커다란 벙커라고 보시면 됩니다. 테라포밍을 하고나서 우리의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지구를 속이 빈 도넛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왜 나를 데려온 거요?”

“좀 전에 보신대로 이미 많은 인간들이 여기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접촉해서 허락을 받고 지구에서 이리로 데려온 사람들이죠. 이들은 지구인들의 대규모 이주를 앞두고 미리 여기서 인간이 사는데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데 필요한 실험을 돕고 있습니다. 박사님을 데려온 것은 최종 테스트 때문입니다. 우리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질지도 모를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거죠. 당연히 도와주시겠죠?”

“당신들은 뉘시오?”

“우리는 지구인들과 함께 같은 은하계에 살고 있는 생명체입니다. 여러분들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죠. 우리는 당신들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잖아도 우리 은하계는 너무 쓸쓸하니까요.”

멀리 지구의 땅 밑에서 뜨고 지는 태양이 나타났다. 드넓은 바다의 모습도 보였다. 이윽고 지표 위로 오른 열차가 정지했다. 머리 위에 또 다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술기운에 아직도 젖어 있는 박사는 이 모든 게 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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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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