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벽에 혁신을 더하면? 역발상 예술, 리버스 그래피티

1960년대 말 뉴욕 빈민가 소년들의 ‘거리 낙서’에서부터 시작된 그래피티.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과 같은 뉴욕 예술가들의 공으로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까지 인정 받았죠. 힙합문화와 함께 전세계로 퍼진 그래피티는 우리나라에서도 압구정 토끼굴, 홍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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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담장, 벽 등 장소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그린 그림들이 넘쳐나자 이 작품들이 순식간에 골칫거리로 전락한 겁니다. 그래피티가 예술작품인가 사회적 문제인가의 기로에 놓인 셈이죠. 여기에 유해가스를 내뿜는 스프레이, 한 번 그리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화학물감도 환경오염 문제를 더했습니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지울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까?”
몇몇 친환경 예술가들의 이런 고민은, 그래피티의 문제점이 보완된 새로운 공공예술을 탄생시켰습니다. 바로 리버스 그래피티(Reverse Graffiti)!

리버스 그래피티는 기존 그래피티에서 물감을 빼고, 청소도구를 더했습니다. 청소도구로 어떻게 그림을 그린다는 말인지 의문스럽죠? 제작 원리는 이렇습니다. 오래된 벽이나 바닥은 시간이 흐르면 검게 먼지가 앉죠. 그 먼지를 긁어내면서 그림을 만들어 나갑니다. 마치 어렸을 때 색색 크레파스를 칠하고 그 위에 검은 크레파스로 덮은 뒤, 이쑤시개로 긁어내서 작품을 완성하던 스크래치 미술처럼 말이죠! 그림을 완성하는데 있어 무엇을 더함이 아니라 빼냄으로써 작품을 완성해 내기에 ‘역방향 예술’이라고도 불리는 그래피티는 세계 곳곳의 친환경 예술가들에 의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벽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벽면을 창의적으로 청소하는 것.
영국의 벽화 예술가 ‘폴 커티스’는 리버스 그래피티를 처음 시도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브로드웨이 터널에 가면 그의 작업을 볼 수 있죠. 브로드웨이 터널은 매일 2만대 이상의 차량의 지나가는 터널인데요, 자동차 매연으로 더러워지고 침식된 벽을 고압의 물로 씻어내며 예쁜 나무와 들판으로 채워졌습니다. 한층 화사해진 터널 벽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죠.

폴 커티스의 작업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어 세계 곳곳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공화국의 벽화 예술가 그룹 ‘더치 잉크’ 역시 대표적인 친환경 예술가 그룹인데요, 이들은 강철 자재로 만든 ‘솔’ 하나로 침식된 먼지를 제거하고 아름다운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또 벨기에 중부 루뱅 STUK 아트센터에서는 이끼 벽을 활용한 리버스 그래피티를 만날 수 있죠. 그래픽 디자이너 Strook의 작품입니다. 그에게 이끼벽은 청소의 대상이 아니라 캔버스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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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새로운 혁신을 낳습니다. 친환경 예술가의 창의성에서 시작된 그래피티의 혁신은 광고 업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습니다. 주로 일회적인 이벤트, 광고활동에 자원의 소모는 줄이면서 최대의 광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겠죠? 해변의 모래, 잔디, 태양열 등 친환경적 자원을 이용한 광고 속 리버스 그래피티, 이는 상업성의 대명사인 광고에 공익성을 불어넣는 발상의 전환을 선사한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원을 쓰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일 텐데요. 환경오염 역시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자연과 환경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예술계의 새로운 실험인 리버스 그래피티는 환경오염의 위험 속에 있는 우리 시대에, 아름다운 작품 이상으로 배려의 미덕을 전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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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에너지·화학의 큰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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