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테슬라

요즘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기업을 손꼽아 보자면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간지 나는’ 전기 자동차 테슬라(TESLA)를 만들어 전기차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열풍을 불러일으킨 자동차 회사 말입니다. 전기차라고 하면 골프장 카트를 떠올리던 이야기는, 2008년부터 나온 테슬라 시리즈의 등장과 함께 옛이야기가 됐습니다.

테슬라의 행보는 발상의 전환, 그 자체입니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엔론 머스크는 2014년 “다른 업체가 우리 기술로 전기차를 만들어도 소송을 걸지 않겠다”고 밝혀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혁신기업의 대명사인 애플이 스마트폰 생긴 게 비슷하다며 삼성을 상대로 거액 소송 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테슬라의 특허 무료공개 선언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전 세계 생산량(2013년 기준)을 뛰어넘는 대규모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건립 계획, 미국과 일본 등 전역에 무료 급속 충전소(슈퍼 차저) 운영 계획 등을 잇달아 발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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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테슬라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세계 발명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테슬라가 있습니다. ‘발명의 천재’, ‘전기의 마술사’, ‘교류의 아버지’ 등 수많은 별칭으로 불린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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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ola Tesla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1856년, 현재는 크로아티아에 속해 있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테슬라는 1881년 부다페스트에서 국영전화국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일과를 마치고 친구와 공원을 산책하며 <파우스트>를 낭송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하고 땅위에 공식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죠. 순간적으로 영감을 받아 그렇게 탄생한 게 교류 전기를 이용한 전동기의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1884년 그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으로 이주합니다. 동료의 추천서 덕분에 에디슨의 연구소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곧 그만둡니다. 에디슨은 철저한 직류전기 신봉자였기 때문입니다. 그와 달리 교류전기 구상을 가지고 있던 테슬라는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퇴사한 뒤 조지 웨스팅하우스에게 교류 관련 장치들의 특허권을 넘깁니다. 이후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그 유명한 ‘전류 전쟁’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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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트하우스에서 개발한 회전 변류기 /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초기에는 건전지처럼 한쪽으로만 흐르는 직류전기가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송전 등 문제 때문에 테슬라가 제안한, 전기가 흐르는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교류전기가 뭇 사람들의 관심을 모읍니다. 발명왕이지만 사업가이기도 했던 에디슨은 이미 구축해놓았던 직류시스템을 보존하기 위해 전력투구하지만, 결국 교류시스템의 승리로 전류 전쟁은 끝이 납니다.

그 이후 수력 발전기, 가정용 발전기, 원격 조종기, 네온사인, 고주파 유도 코일, 레이더의 기본 원리, 무선 통신 등 수많은 발명품과 아이디어가 테슬라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그가 낸 특허만도 수백개에 이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스크리트어 등 12개 국어를 구사하고 설계도를 따로 그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던 테슬라는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았습니다. 평생 미혼이었으며 자식은 물론 알려진 연애 경험도 없었습니다.

8살 때 유행성 콜레라에 걸려 죽다 살아난 뒤로는 세균공포증이 생겼고, 그 결과 평생 식기들을 냅킨으로 10여번씩 닦아낸 뒤에야 식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입속에 넣는 음식물의 무게나 부피를 재야만 하는 병적인 강박증을 지니고 살았답니다.

게다가 여러차례 사기를 당하며 자신의 발명품이 비양심적인 사람의 손에 들어가 나쁜 용도에 사용될까 두려워 말년에는 자신의 특허를 숨기고 연구 결과물도 세상에 발표하지 않고 살았다죠.

그는 1943년 1월 호텔방에서 혼자 숨을 거둡니다.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전기차 테슬라는 발명가 테슬라에게서 따온 이름입니다. 교류 전기를 발명하고, 대량전기 생산과 송전 등을 가능케 해 전기 분야에서 에디슨 못지않은 공을 세운 테슬라는 ‘혁신의 키워드’로 손색이 없습니다.

현재 테슬라 모터스를 이끄는 엔론 머스크는 10대 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비디오 게임을 만들어 판매해 돈을 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는 그는 전자결제업체 페이팔 창업에 참여해 20대 때 백만장자가 됐고, 새로운 관심 분야로 옮겨와 테슬라 모터스를 창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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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머스크 /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민간 우주로켓 프로젝트인 ‘스페이스 X’, 주거용 태양광 발전업체 ‘솔라시티’ 등 색다르고 기발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경영자이자 혁신가입니다. <아이언맨> 속 주인공처럼 실제 성격도 낙천적이고 의욕적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특허 공개나 대규모 공장 설립 계획에서 보듯, 그의 혁신 행보에는 ‘나누는’, ‘따뜻한’, ‘고용’ 등 수식어를 붙일 수 있어 보입니다. 부디 그의 이런 혁신 실험들이 성공해 스스로를 유폐시킨 채 살다 간 발명가 테슬라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기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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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전공하고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다.

2 thoughts on “두 테슬라

  1. 저도 엘런 머스크와 테슬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잘 정리된 글을 보고나니 더 흥미롭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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