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이슈] 프로듀스 101, 국민 걸그룹이 감안해야할 불편한 진실

 

끊을 수 없는 불량식품, 아니면 막장 드라마의 오디션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Mnet) 이야기입니다.

스물여덟에서부터 적게는 열네 살까지 이르는 여성 아이돌 연습생 101명이 가혹하고 잔인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매주 절박한 심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울고 웃는 그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냉정한 선택을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해 누구를 ‘살리고 죽일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비인간적이고 자극적이라고 비난하다가도 어느새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라는 말에 주문처럼 이끌려 투표를 하게 된다는 이들이 무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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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Mnet 제공>

<프로듀스 101>은 방송사 Mnet이 시청자들을 ‘국민 프로듀서’로 모셔 ‘국민 걸그룹’을 뽑겠다는 거창한 이벤트입니다. 40여 개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과 개인 연습생 101명 중에서 11명을 선정해 걸그룹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 11명은 바로 시청자들, 즉 방송을 보는 사람들 각자의 한 표에 의해 결정됩니다.

첫 방송에서 연습생들을 실력에 따라 A에서 F 등급으로 나눠 품평하듯 보여주는 모습에 경악했다는 시청자 중 상당수는 어느새 프로그램 주제곡 ‘Pick me’를 흥얼거리며 투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할 만큼 이 프로그램은 가공할 중독성을 갖고 있습니다. 3분 남짓한 짧은 노래 한 곡 안에 나를 뽑아달라는 ‘픽미’가 수십 차례 반복되는 일렉트로닉 댄스곡 ‘Pick me’는 이들이 가진 간절함과 절실함의 표현입니다.

 

■ 프로듀스101, 왜 불편할까?

지난 1월 22일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주 1회씩 8차례 방송되는 동안 66명이 떨어져 나가고 35명만이 남았습니다. 아직도 이들 중 3분의 2는 더 떨어져 나가야 합니다. 그때까지 어린 소녀들은 자신을 뽑아달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겁니다. 그동안 <프로듀스 101>은 비인간적인 경쟁과 자극적 접근을 일삼는다는 논란과 비판, 구설에 시달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적은 제작진을 향하는 화살이기 이전에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찔러댑니다. 그들이 절박하게 매달리고 호소하는 대상은 바로 시청자들, 즉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들에게 투표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대상에게 투표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요. 하지만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기에 이 투표, 뭔가 불편하지 않은가요.

 

■ 공정함의 한계가 느껴지는 투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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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Mnet 제공>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제작진이 편집한 영상만 우리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십수년전에 TV를 통해 방송됐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만 해도 모든 후보자들을 대체로 비슷한 분량으로 볼 수 있었다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101명을 구체적으로 한 명씩 살펴볼 수 있는 것은 홈페이지의 사진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물론 출연자가 워낙 많다 보니 정해진 방송시간 내에 공정하게 출연자들의 분량이 나올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첫 방송부터 이같은 균형의 노력보다는 특정인에게 분량이 집중되는 인상을 주는 것은 프로그램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느낌이 듭니다. 특정인의 성장드라마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물론 같은 채널에서 했던 프로그램 <슈퍼스타K>도 제작진의 의도대로 편집하고 특정인을 부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 심사위원을 통해 걸러지기 때문에 공정한 투표를 기반으로 한 <프로듀스 101>과는 기반 자체가 다릅니다.

 

■ 프로듀스101 속 금수저 계급론, 대형기획사 혜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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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Mnet 제공>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소속사의 이름값이 주는 불균형한 무게중심입니다. SM, YG라는 대형기획사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기획사 연습생이 다 출연합니다. JYP나 큐브, 플레디스와 같은 유명 기획사 출신 연습생, 그리고 생소한 이름의 기획사 출신 연습생. 이들은 첫 소개에서부터 다른 출발선에 있습니다. 대형 기획사는 그 자체로 관심을 끌고 팬덤도 있게 마련이니까요. 이들이 카메라에 잡히는 정도가 이름 모를 다른 기획사들과 비슷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같은 분량 차이, 편집, 재구성을 통해 시청자들은 방송 출연자들에 대한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투표로 직결됩니다.

가혹하고 가학적인 접근 방식도 씁쓸합니다. 제작진은 인성을 테스트한다는 명목으로 출연자들을 ‘시험’에 빠뜨리고 시청자들은 이들의 반응을 지켜봅니다. 일련의 과정은 가학적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출연자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 별 뜻 없어 보이는 말 한마디조차 제작진의 시선으로 선별되고 재구성돼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출연자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문제는 이 결과가 투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공정한 오디션, 치우치지 않는 경쟁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명목상 본질이지만 실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시청자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락물입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의 속성상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너무나 많은 소녀의 꿈과 절박한 열정이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스 101의 흥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기능이라고 꼽을 만한 점도 있습니다. 연예인이라는 꿈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쳐야 하고 열정과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연예인이 되겠다는 지망생들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편입니다만 최소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땀을 흘리는지 공감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이 되겠다던 청소년 중 이 프로그램을 보고 꿈을 접었다는 아이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아마 이런 부분도 긍정적인 부분이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많은 청소년들이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연예인의 꿈을 꾸고 그 뒤에 숨겨진 눈물과 땀, 노력은 생각하지 못하게 마련인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냉혹한 연예산업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으니까요. 청소년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부가 제일 쉬운 것 같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이기도 하더군요. 어쨌거나 이제 몇 주 더 방송되고 나면 우리의 소녀들은 11명의 걸그룹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걸그룹을 우린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게 될까요.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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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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