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혁신]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도전기!

 

캐치미이프유캔
<출처 :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비원이 이뤄졌습니다. 20년이 넘도록 기다려온 오스카 트로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습니다.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5번 도전 끝에 오스카 트로피를 쥐었습니다.

 

■ 디카프리오의 끝없는 오스카 도전기

길버트 그레이프
<출처 :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을 것인가는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세계적인 명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고 있는 그이지만 유독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의 잡힐 듯하다가 그의 손에서 미끄러지고 마는 결과가 번번이 빚어지면서 그의 오스카 분투기는 세계 영화팬들의 농담과 패러디의 대상이 돼 왔지요. 오죽하면 얼마 전엔 그의 수상을 소재로 한 게임까지 나왔겠습니까. ‘레오의 레드카펫 램페이지’(redcarpetrampage.com)라는 웹게임은 그를 닮은 캐릭터가 등장해 장애물을 넘어 오스카 트로피를 향해 달려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5살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그가 오스카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그의 첫 도전은 스무 살에 시작됐습니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1994년이죠. 이 작품에서 그는 조니 뎁의 동생이자 지적장애인인 ‘어니’역을 맡았습니다. 당시 감독은 꽃미남 같은 그의 외모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는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호평받았습니다. 하지만 남우조연상은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가 차지했습니다.

타이타닉
<출처 : 영화 ‘타이타닉’ >

비슷한 시기에 출연했던 <이 소년의 삶>을 통해 그는 로버트 드 니로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촉망받는 배우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그를 세계 최고의 아이돌 스타로 만들어 준 작품은 1997년 작 영화 <타이타닉>입니다. 이 작품은 이후 <아바타>가 나오기까지 세계 최고 흥행작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었고 현재도 2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를 세계 최고의 인기 배우로 만들어 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무려 11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많은 상 중에서 남우주연상 부문엔 후보로도 못 올랐다는 점입니다. 그의 눈부신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것도 이때였습니다. 아마 이때부터를 그와 오스카의 길고 질긴 악연의 시작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에비에이터
<출처 : 영화 ‘에비에이터’ >

외모가 그의 배우 인생에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그는 꽃미남 배우가 으레 보여주는 행보 대신 자신의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타이타닉> 이후 그는 거장으로 불리는 명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외모가 아닌 연기력에 집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리들리 스콧, 클린트 이스트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우디 앨런, 크리스토퍼 놀런 등 대표적인 감독들이 그와 작업했습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그를 5차례나 주연으로 불렀고 이 중 <에비에이터>(2004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년) 등 두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길버트 그레이프>가 남우조연상 후보작이었으니 <에비에이터>는 그의 첫 남우주연상 후보작인 셈입니다. 실존인물인 괴짜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위태로운 심리상태를 밀도 있게 그려냈던 이 작품으로 그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한 달 전에 열리는 골든글로브상은 그해의 아카데미상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그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그해 오스카 트로피는 <레이>에 출연했던 제이미 폭스의 품에 안겼습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출연했을 때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매커너히가 웃었습니다.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디카프리오는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 모든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휩쓸었음에도 많은 영화 팬들이 그의 수상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렸던 것은 이같은 전례 때문일 것입니다.

 

■ 디카프리오에게 대망의 오스카를 안겨준 “레버넌트”

레버넌트
<출처 : 영화 ‘레버넌트’ >

그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이번 시상식에서 감독상도 함께 받았습니다. 제목처럼 죽음의 문턱을 뚫고 자신의 삶으로 꿋꿋이 걸어 나온 남자 휴 글래스의 이야기입니다. 사냥꾼 휴 글래스는 회색곰에게 습격당해 생사의 기로를 헤맵니다. 하지만 그를 지켜주기로 했던 동료는 죽어가는 얼어붙은 땅에 반쯤 묻어버리고 떠납니다. 게다가 목숨같이 사랑하는 그의 아들까지 죽인 채 말입니다. 부상과 추위, 굶주림과 싸우면서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복수의 여정을 시작하지요. 이 과정에서 휴 글래스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지의 극한을 보여줍니다. 눈밭을 몸으로 기어가고 얼어붙은 동물의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뜯어 먹습니다. 구역질하면서 들소의 생간도 씹어먹지요. 혹한을 이겨내기 위해 죽은 말의 배를 갈라 내장을 모두 꺼낸 뒤 뱃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노라면 마치 그와 함께 차디찬 숲을 헤치고 있는 듯 숨이 가빠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기력을 제외하고 배우의 고생 정도로 수상자를 결정한다고 가정한다면? 다른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재고의 여지도 없이 남우주연상은 <레버넌트>의 차지입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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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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