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설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민족대명절, 설날!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과 똑같이 차례를 지내고, 전통놀이를 하며 보낼까요? 김진우 SF작가의 상상을 통해 미래의 설날을 만나보세요!

부제 :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사업 실패 후 재기하려고 상경한 김승묘 씨는 일하던 중에 우연히 달력을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강릉의 어머니와 외동딸 유라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일이 설날인데….’ 그는 갈 수 없는 처지였다. 어머니와 딸이 외롭게 설을 보낼 것을 생각하자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아내와 이혼한 것도 후회가 됐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모간(‘지구인들이 모두 모이는 사이버 공간’의 약자)에서 어떤 광고를 보게 됐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세상의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고양이 대여 서비스였다. ‘우리 엄마가 고양이를 좋아했는데…그래서 내 이름에 고양이 ‘묘(猫)’ 자도 쓰셨지.’ 갑자기 그의 머리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설날 아침이 되자 김어진 여사는 거실에서 차례를 지냈다. 비록 두 식구 밖에 없지만 손주 딸에게 설날이 뭔지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에 해마다 그 행사를 해왔다. 김 여사는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차례만큼은 옛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믿었다. ‘만약 고조의 고조할아버지가 홀로그램 차례 상을 보신다면기겁하지 않겠는가.’하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조상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을 차례라고 한단다. 자 절 해야지!”하고 김 여사는 어린 손주에게 일러주었다. 그러자 손주가 이렇게 말했다.

“뭐야, 재미없잖아. 우리 둘이서 이게 뭐하는 거야.”

얼마 후 김 여사는 투정을 부리는 손주와 함께 지모간에 접속했다. 콘택트렌즈를 낀 두 사람의 눈앞에 곧 한적한 거리가 나타났다. 그곳에 ‘카페 정월 초하룻날’이 보였다. “여기에 우리 어르신들이 계신단다.” 잠시 후 유라는 그 카페에서 돌아가신 친할아버지 또 그 위의 까마득한 할아버지의 조상들을 만났다. 비록 그래픽 영상으로 재현된 어르신들의 모습이지만, 외로웠던 유라는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헤어질 무렵, 친할아버지가 유라에게 자그만 복조리를 건네며 말했다. 이게 복을 가져온단다.  방에 걸어둬라.”

고양이를-빌려드립니다.

그 선물은 친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생전에 준비해 둔 것이다. 잠시  지모간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받은 거실의 4D 제조기에서 진짜 복조리가 제작돼 나왔다. “와!” 유라는 그것을 받고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그 모든 게 귀신놀음처럼 여겨졌다. 살갗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너무 그리웠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한 때는 아들, 며느리까지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떡국을 먹었는데….’

그때 집으로 찾아온 배달원이 김 여사에게 큰 상자를 건넸다. “이게 뭐지?”할 사이도 없이 배달원은 “내일 찾으러 오겠습니다.”하더니 사라졌다. 놀랍게도 상자 안에는 예쁜 고양이 3 마리가 들어 있었다. “어머나!” 김 여사는 화들짝 놀랐다. 고양이들의 목걸이마다 적힌 이름을 보고 김 여사는 눈물을 흘렸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간 남편과 친오빠, 그리고 상경해 있는 아들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유라는 고양이들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김 여사는 손주에게 “설 손님인가 보다 가실 때까지 잘 대접하자.”라고 말했다.
한편 김승묘 씨는 통신용 콘택트렌즈가 껴져 있는 고양이 눈을 통해 어머니와 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양이를-빌려드립니다.#2

고양이들 때문에 모처럼 집안에 활기가 넘쳤다. 얼마 후 김 여사가 “설날에 하는 놀이가 있단다.”하면서 ‘윷놀이’라고 쓰인 구슬과 윷을 가져왔다. 윷을 던질 때마다 그 구슬에서 홀로그램 영상이 튀어나왔는데, 돼지(도) · 개(개) · 양(걸) · 소(윷) · 말(모)의 모습이었다. 

고양이

그것들은 윷이 떨어지면 윷판 위를 달렸다. 고양이들은 유라가 말 옮길 때마다 앙증맞은 손으로 윷판을 가리키며 훈수를 두었다. 모든 게 김승묘 씨의 원격조종으로 이뤄진 일이었다. 고양이들의 렌즈에 생선뼈다귀 따위를 비치게 했던 것이다. 해질 무렵이 되자 모두 공원으로 나갔다. 유라는 연을 날렸다. 마음속의 기원을 담아….

그날 밤, 김승묘 씨는 노크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무언가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꼬리 연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엔진이 장착된 일종의 드론 연이었다. 연에 달린 작은 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고양이2 copy

그것을 열자 편지와 자그만 상자가 보였다. 편지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아버지, 상심 마시고 건강 챙기면서 일하세요. 제가 늘 곁에 있잖아요. from 유라.’

이번엔 상자를 열자 복조리가 나왔다. 그가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달콤한 냄새도 났다. 알고 보니 강화 초콜릿으로 만든 연이 자체 발열 중이었다. 연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고양이처럼 킁킁거리며 초콜릿을 맛보았다. 서울의 냄새가 났다. 또 딸과 어머니의 냄새가 났다.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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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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