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학교는?

개강 시즌을 맞아 요즘 활기찬 학교! 문득 미래의 학교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지는데요. 똑같이 등교하고, 똑 같은 수업을 받을까요? 예측을 뛰어넘는 김진우 SF작가의 미래 상상!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퀸카로 살아남는 법

“네가 저 달나라에서 전학 온 케이디군!”

케이디는 코앞에서 떠드는 애가 학교를 주름 잡는 ‘여왕벌’이자 ‘싸가지 공주파’의 두목인 레지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 남자들한테 꽤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맞지? 오늘부터 너도 싸가지 공주가 되는 거다.” 케이디는 레지나의 카리스마에 눌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디는 달나라의 뉴 아프리카 밀림지대에서 살다가 아버지의 전근 발령 때문에 지구로 왔다. 그녀에겐 전학 온 고등학교의 모든 게 낯설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게 이상했다. 가끔 교장선생님만 볼 수 있었다. 정해진 수업 과목도 없었다. 스피커에서 “오늘부터 한 달 간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을 같이 해볼 거예요.”라는 말이 떨어지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진행하는 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팀원간의 지식과 생각이 서로 융화하거나 충돌했다. 교실도 따로 없었다. 마치 놀이공원 같은 분위기를 가진 교정 이곳저곳에 각 팀들끼리 자리 잡고 수업을 스스로 진행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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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도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술적 벽에 부딪히면 학생들은 인공지능인 ‘존 키팅’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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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 일에 한 번 자신의 정체성 찾기, 적성, 직업체험 같은 연극 식 수업도 참여하게 되는데, 스튜디오 안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무대 속에서 졸업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건축가가 되면 장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체험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일이 적성에 맞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얼마 후 케이디는 그와 같은 체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설계를 선생님들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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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딘 가에 숨어서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구에선 ‘교사’와 ‘교육 시뮬레이션 프로그래머’가 동의어가 돼 버린 지 오래였다. 교정엔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집에선 공부, 학교에선 소통!’

전학 온 지 몇 달 후, 케이디는 한 남자 애를 짝사랑하게 됐다. 레지나의 전 남자친구인 애런이었다. 케이디는 ‘여왕벌의 옛 남친’을 사귀면 안 된다는 ‘싸가지 공주파’의 불문율 때문에 고민했다. 그러다가 탈퇴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런 낌새를 알아채고 레지나가 애런과의 ‘재회 파티’를 열겠다고 주위에 알렸다. 애런은 여왕벌의 뜻을 거역하지 못했다. ‘여왕벌은 나눔의 정신도 없단 말인가.’ 케이디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면서 밀림 속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맹수를 상상했다. 마음속에서 이런 외침이 들려왔다.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

그녀는 여왕벌을 죽이기 위한 작전을 짜고 실천에 옮겼다. 먼저 온갖 잔꾀를 동원해 여왕벌의 보호막인 ‘싸가지 공주파’를 뒤흔드는 음해성 소문을 만들어냈다. 여왕벌과 멤버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이런 얘기를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레지나가 이번 애런과의 재회 파티에 너는 안 왔으면 하는 것 같아. 그게….’ 하는 식으로 멤버들이 각자 따돌림 받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 다음 여왕벌의 가장 큰 밑천이라고 할 수 있는 미모를 망가지게 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고 무식한 방법이었다. 재회 파티 전날, 원숭이 가면을 쓴 케이디는 교정의 등나무 벤치 위에서 낮잠에빠져 있던 레지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갈기고, 또 손톱으로 할퀸 후 잽싸게 도망쳤다.

다음 날 케이디의 뜻대로 재회 파티는 엉망이 됐다. 레지나는 얼굴이 엉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파티를 강행하려 했지만 애런 말고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애런도 결국 잔뜩 화가 난 레지나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케이디는 집 근처 벤치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데킬라를 마셨다. 그러면서 무주공산이 된 ‘싸가지 공주파’를 손아귀에 넣을 궁리를 했다. 그리고 애런도…. 그때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누구세요?”

“교장이다.”

“웬일로…?”

“케이디, 유감스럽게도 밀림이 네게 가르쳐준 거짓과 폭력이 내일 널 정학시킬 것이다!”

“걔네들이 먼저….”

“레지나는 3년째 낙제 당한 애야. 너도 그렇게 될래? 케이디,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이제 소통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싸워서 이기는 법 말고. 지구엔 이제 밀림이 존재하지 않거든!” 

케이디는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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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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