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인기돌풍 : JTBC ‘비정상회담’

[박경은 기자의 문화 속 혁신]  새로운 시각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다

방송한지 한달도 안돼, 아니 첫 방송부터 이렇게 화제를 모은 TV 프로그램은 좀처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지상파도 아닌 종합편성채널에서 말이지요. JTBC의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이야기입니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포털 검색어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화제몰이를 하던 이 프로그램은 이제 2달만에 지상파 동시간대를 위협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 역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광고 모델까지 꿰 찰 정도입니다.

외국인 남성들이 나와 특정 주제에 대해 한국말로 토론한다는 컨셉트의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벨기에, 프랑스, 가나, 호주, 터키, 캐나다, 이탈리아 등 11개국에서 온 20~30대 남성 11명이 출연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비슷한 컨셉트로는 수년전 KBS에서 방송됐던 ‘미녀들의 수다’가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방송에 출연해 이야기를 하며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 됐던 프로그램이 처음은 아닌데 이 프로그램의 무엇이 이처럼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사진 출처 /jtbc 화면 캡처>

고만고만한 외국인 출연 예능프로그램과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토크프로그램이 다루는 주제들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주제들은 시청자들을 폭넓게 끌어안습니다. 결혼전 동거, 현실과 꿈 사이에서의 갈등, 부모에게서 청년이 독립하는 문제, 결혼이 숙제처럼 느껴지는데서 오는 고민 등 지금까지 다뤘던 주제들은 평범한 누구라도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고민들이지요. 이런 주제들을 놓고 각자 다른 환경과 문화, 습관, 삶의 양식을 가져왔던 외국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펼칩니다. 늘상 함께 지내오던 동료와 같은 동질감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면 기발하고 색다른 시각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합니다. 세계의 20~30대들이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고민을 바라보는, 다양한 인생관을 가진 각국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생각은 큰 재미와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사진 출처 /jtbc 화면 캡처>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외부의 시선으로 한국을 보는 시각, 즉 외국인의 입을 통해 한국에 대해 들어왔던 모범답안이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내용에 한국이라는 틀은 없습니다. 이전에 외국인을 다뤘던 프로그램에서는 으레 한국의 첫인상, 한국 음식이나 김치맛에 대한 품평 등을 어눌한 한국어로 표현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이 자극적인 흥미요소로 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이같은 방식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됐고 결국 외국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의 한계가 뚜렷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비정상 회담’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같은 한계를 보기좋게 뛰어넘는 결과를 일궈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적인 것은 각국 출연자들이 공통어로 사용하는 한국어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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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jtbc 화면 캡처>

방송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됩니다. 눈감고 들으면 한국인일 정도로 착각하는 한국어 실력을 갖춘데다 각양의 매력과 재능을 지닌 청년들이 펼치는 콜라보레이션은 예능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본질을 도드라지게 만들며 그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여기에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등 3명의 한국인 MC들 역시 또 다른 외국인으로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긍정적인 화학적 결합을 합니다.

예능프로그램의 히트공식인 출연자들의 캐릭터화는 자연히 이 프로그램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매사에 보수적인 사고 방식을 드러내는 ‘터키 유생’ 에네스, 자유분방하고 붙임성 좋은 ‘벨기에 오리’ 줄리안, 무게감 있고 진중한 ‘대륙의 남자’ 장위안 등 출연자들의 이름뿐 아니라 이들을 가리키는 별명까지도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인기는 단지 잘생겼다거나 개인기가 있거나 눈에 띄는 재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속내를 가감없이 털어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가운데 개개인의 정체성과 인생관, 철학을 드러내고 그것은 어떤 요소보다 강하고 뚜렷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습니다.

스튜디오의 토론 열기가 뜨거워질 때마다 다같이 일어서서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하나가 되자고 외치는 ‘비정상’들.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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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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