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필요한 에너지, 미래에는 어떻게 충전할까?

눈꺼풀이 무거운 봄! 춘곤증을 한번에 이겨낼 만큼 강력한 에너지원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사람에게 필요한 에너지, 미래에는 어떻게 충전할까요? 김진우 SF작가의 미래상상 글을 통해 미리 만나보세요!

아카시아 꽃 사랑

두 사람은 2119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처음 만났다. 그날 소설가 빌리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을 탈고한 후 자축하고 싶었으나 부를 친구가 없었다. 결국 벤치에 멍하니 앉은 채 성당에서 울리는 찬송가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빨간 머리 소녀 밀리를 보게 됐다. 옆자리에 앉은 그녀 역시 찬송가를 감상하는 눈치였다. 그때 빌리는 문득 자신이 단 한 번도 거리에서 여자한테 말을 걸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런 ‘모험’을 버킷리스트에 담아두고 있던 차였다. 큰일을 끝냈다는 자신감과 여유 속에서 그는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혹시 저랑 대화 좀 하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그녀는 “안 될 것 없죠.”하면서 “그 대신 피자 사줘요. 배고파요.”라고 말했다. 빌리는 늘 식사를 고농축 영양 캡슐이나 몸에 붙이는 패치 음식으로 때우는 이른바 거식 족이었다.

김진우-사람에너지

낮에 알바 뛰랴 밤에 글 쓰랴 늘 바쁜 일과 때문에 식사를 거의 못하고 지내다가 그렇게 됐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기꺼이 그녀를 데리고 피자집으로 갔다.

그날은 그에게 또 다른 생일이 되었다. 바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속에 사랑이 태어난 날!

그러나 그녀와 만난 뒤부터 ‘사랑엔 고통이 따른다.’고 늘 외치던 한 선배의 말을 절감해야 했다. 불행히도 그녀는 식욕이 넘치는 미식가였던 것이다. 매일 알약이나 패치로 식사를 대신하는 그는 데이트할 때마다 그녀가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역을 치러야 했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앞에 두고 혼자 식사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어느 날 그녀가 “사실 전 남친도 거식 족이었거든.”하고 그에게 귀띔했다. 그날 빌리는 조금 화가 나서 그녀에게 말했다.

“먹는 건 너무 야만적이야. 씹어 삼켜야 하고 또 소화가 되면….”

그러자 그녀가 맞받아쳤다.

“그만 해. 그래 우리는 냄새나는 족속이야. 그런데 솔직히… 너희 거식 족들이 인간이냐? 요즘 어떤 거식 족 애들은 위, 대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을 아예 없애버린다며? 배터리를 몸에 장착하고 다니고…. 걔들 입을 보면 퇴화 징후가 벌써 나타나고 있어. 이제 사이보그가 다 된 거라고.

그는 사이보그란 말에 충격을 받았다. 마치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완전히 음식을 끊은 게 아니라고! 단지 요즘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너무 인공적이기 때문에 멀리할 뿐이야. 고기는 죄다 배양시켜서 만든 인공제품이고 채소들은 인공조명으로 속성 재배시킨 것들뿐이잖아. 난 어릴 때 산에서 따먹던 아카시아 꽃 같은 맛이 그리워!”

 배양

그러자 그녀는 스테이크 한 조각을 포크로 들어 올린 다음 말했다.

“날 사랑한다면 이걸 먹어.”

빌리는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인공육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화장실에서 “사랑엔 고통이 따른다.”하면서 토해냈다.

어느 덧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극장으로 뮤지컬을 보러갔다. 그런데 빌리는 공연하는 내내 잠만 잤다. 극장을 나서면서 그녀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춘곤증이야! 이럴 땐 잘 먹어야해. 내일 출근 전에 우리 집에 와.”

다음 날 아침, 빌리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밀리의 집으로 갔다. 홀로 사는 그녀는 2인용 식탁에 남자 친구를 앉힌 다음 물었다. “밥 먹었어?” 빌리는 호주머니 속의 캡슐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아직….” “잘 됐네.”

잠시 후 그녀는 식탁에 큰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먹어.” 그것은 비빔밥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카시아 꽃 냄새가 났다.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 뒷산 수목원에서 딴 아카시아 꽃으로 만든 일명 아카시아 꽃 비빔밥이야. 이걸 먹고 춘곤증을 이겨냅시다!”

비빔밥

그녀가 비빔밥 한 숟가락을 떠서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는 달콤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밥알도 꽃잎도 입 속에서 흐물흐물 금방 녹았다. 놀랍게도 사라졌던 미각이 돌아왔다. 빌리는 그 봄기운을 꿀꺽 삼키며 외쳤다. “맛있는데… 아주!”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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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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