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을 골라 받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새해 복을 골라 받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새해 소망을 상상해보는 김진우 SF작가의 미래상상!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도깨비 방망이>

슈퍼맨, 뽀로로, 배트맨, 헐크, 피카추…. 그런 인기 캐릭터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다면? 21세기 말에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로봇의 세상이 도래하자 거리에서 그런 캐릭터들과 마주치는 게 일상사가 됐다. 그것들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자신들의 캐릭터와 일치했다. 그 중 한국 민담에 등장하는 도깨비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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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뿔 달린 외눈박이 몬스터! 그들은 좀 멍청했고 지독한 음치였기 때문에 주위의 놀림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은 대도시가 아니라 주로 깊은 산에서 지냈다.

어느 정월 초하룻날, 도깨비들은 ‘야만인 거주 지역’에서 노래연습 중이었다. 그 지역은 첨단 문명(이른바 ‘멋진 신세계’로 표현된다)의 혜택을 거부하는 인간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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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들은 마을 어귀에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한 영감이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모두 영감의 노래에 빠져 있을 때 도깨비 두목이 말했다. “저 큰 혹 좀 봐. 노래주머니가 틀림없어!”

두목은 대뜸 방망이로 영감의 혹을 떼어내 자기 턱에 붙였다. 그러자 혹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영감은 “이게 웬 기적인가”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두목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에고, 정말 바보네. 제 악기를 뺏기고도 좋아하다니.” 그 말에 부두목이 맞장구쳤다. “정말 바보네요. 불쌍한데, 쟤 새해 소원이라도 들어줄까요?”

도깨비들은 영감 앞에 나타났다. 두목은 자기 턱에 붙은 혹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노래주머니 맞지? 고마워. 우리도 선물을 주지. 새해 소원 세 가지를 말해봐.” 그러자 영감은 넙죽 절을 한 다음 대답했다. “우리 집 아궁이가 꽉 찰 만큼 금덩이들을 주세요. 그리고 제가 아직 독신인데 결혼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희 어머니를 오래 살 게 해주세요.” “좋다. 모두 들어주겠노라!” 두목은 도깨비 방망이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 방망이는 도깨비들이 어느 귀족의 집에서 훔친 것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와 에너지가 모여 있는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었다. 두목은 내려치기 전에 영감에게 물었다. “넌 첨단문명을 거부하는 자가 아니더냐. 그래도 이 방망이의 은혜를 입겠느냐?” 그러자 영감이 대답했다. “거부하기는요. 솔직히, 경쟁에 밀려서 이곳에 처박힌 거죠.” 그 말에 도깨비들은 일제히 합창했다. “에고, 불쌍해라~♪”

두목이 방망이를 내려치자 물체의 원격이동(Teleportation)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번개가 쳤고 이윽고 영감의 눈앞에 황금덩이, 노트, 붉은 알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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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덩이는 영감을 당장 부자로 만들었고 노트는 ‘당신과 결혼해 줄 확률이 99%에 이르는 여자 10인의 프로필’을 제공했다. 붉은 알약은 그의 노모의 신체 세포들을 새롭게 변화시켜 주었다.

결국 모든 소원은 이뤄졌다. 그 이후 그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하면서 수시로 제 볼을 꼬집었다. 그런데, 방망이가 가져다 준 복은 오래 머물지 못했다. 얼마 후 그는 큰돈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을 얻었다. 또 결혼생활이 독신 때보다 그를 더 불행하게 했다. 아내가 끔찍한 사이코패스였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회춘한 어머니는 어느 도적 두목에게 납치당한 후에 그의 아내가 됐다. 그는 매일 슬피 울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도깨비들과 다시 마주치게 됐다. 도깨비 두목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잘 걸렸다, 이놈! 우리한테 가짜 노래주머니를 주다니!” 그러자 영감은 엉엉 울면서 말했다. “어서 죽여줘요. 죽고 싶으니까.” 두목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물었다. “죽고 싶다고? 너한테 온갖 복을 줬는데?” “그 방망이는 저한테 복이 아니라 불행을 줬어요. 고장 난 게 틀림없어요.” 두목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고장 났다고?” 영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방망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죠. 그거 줘보세요.”라고 하자 두목은 “얼른 고쳐줘.”하면서 방망이를 건넸다. 영감은 그 방망이를 받자마자 도깨비들을 향해 휘두르며 외쳤다. “모두 사라져라!” 그러자 “아뿔싸!”하는 소리만 남긴 채 도깨비들은 모두 먼 우주로 원격이동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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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방망이에게 세 가지 소원을 빌었다. “내 병을 낫게 해줘. 우리 집 사이코패스를 내쫓아줘. 어머니는 본래 대로….” 그 후 다시 소원이 이뤄지자, 그는 미련 없이 도깨비 방망이를 아궁이 불 속으로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Just the way you are~♪”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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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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