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때문에 여성과 청소년이 손목과 어깨 근육통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이사를 앞둔 주부들이 포장이사 가격이 5배로 뛰는 바람에 걱정이 태산이랍니다. 두 사건 다 석유가 말라버린 탓이라나요?”

2060년 어느 날의 뉴스… 위의 사건들이 대체 석유와 무슨 상관일까? 화석연료(다시 말해 유한한 연료)인 석유가 조만간 바닥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안타깝게도 과학자들은 대체에너지원개발에 머리를 싸매지만 아직 석유를 대신할 값싸고 효율 좋은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석유 수요는 늘어만 간다니 40~50년 후 정말 석유를 더 이상 구경할 수 없게 된다면 세상은 과연 어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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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교통대란부터 머리 속에 떠오를 것이다. 석유가 동나는 순간까지 사람들이 베짱이처럼 룰루랄라 지낸다고 쳐보자. 100억에 가까운 세계인구가 불과 며칠 만에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로 갈아탈 수 있을까? (2014년 현재 세계인구는 약 72억4천만 명이다.) 아마 몇 달, 몇 년이 가도 어려울 것이다. 대체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도시 곳곳에 휘발유 승용차와 디젤유 화물차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을지 모른다.

항공기와 선박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원자력엔진을 탑재했다간 배 삯이 무지막지하게 올라갈뿐더러 환경단체의 반발로 실행 자체가 만만치 않다. 당신 같으면 작은 원자력발전소나 다름없는 배를 타고 속 편하게 유람하겠는가? 경제전반에 미치는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각하다. 온갖 교통수단들의 요금인상은 물가인상과 어깨동무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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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은 빙산의 일각이다. 비록 시간이 걸릴지언정 교통수단을 위한 대체에너지원은 계속 개선되고 있어 위와 같이 불행한 사태로까지 번지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석유로부터 얻는 원료 중에 좀처럼 대신하기 어려운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데 있다.

전자제품을 비롯해 수많은 생활용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과 농약, 의류, 신발, 잉크, 접착제, 화장품, 아스팔트, 페인트, 타이어 등이 이러한 예들의 일부다. 그나마 어떤 것들은 비싼 천연재료로나마 대체할 수 있다지만 플라스틱만은 예외다. 에어컨과 냉장고,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라. 안팎이 온통 플라스틱 일색 아닌가. 그렇다고 전자제품을 죄다 금속으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용도 감당할 수 없거니와 너무 무거워 운반하기 여간 힘들지 않을 테니까.

일부 부품을 가벼운 나무로 대체하면 그나마 낫겠지만 예전처럼 날렵한 스마트폰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느라 아령 하듯 알통 근육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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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타이어를 천연고무로만 만들어야 한다면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타이어만 훔쳐가는 도둑이 극성을 부릴지 모른다. 옷과 신발은 다른 재료를 쓴다 해도 석유로 만든 합성섬유만큼 싸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없어 마찬가지로 값이 널뛸 것이다.

이제까지 예로 든 상황들은 하나같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한다. 원자재 비용이 큰 폭으로 오르면 교통수단에서부터 우리가 쓰는 어지간한 생필품 모두가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져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바람에 대대적인 시위와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유한한 자원을 놓고 다툼이 잦아져 전쟁이 더 많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렇다면 석유를 다 퍼 올리고 나면 우리에게는 정말 굶주림과 전쟁밖에 남지 않을까?

일부 SF작가들은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산업문명을 풍자한 과학소설 <우주상인>에서 미래 사회의 주인공 미첼 코트니는 석유가 다 떨어져도 문제가 없었던 세상을 되돌아본다.

과학은 자연자원이 고갈되기 전에 언제나 한발 앞서 문제를 해결해왔다. 실제로도 고기가 희귀해지자 과학은 콩으로 만든 햄버거를 만들어냈다. 또 민간용도의 석유가 모자라게 되자 기술은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삼륜택시를 만들어냈다.
– 프레데릭 폴과 C.M. 콘블루스 지음, <우주상인 The Space Merchants; 1953년> 국내번역판, 31쪽

과학자들에게 좀 더 시간을 준다면 삼륜택시 따위가 아니라 더욱 강력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반물질이 한 예다. 반물질은 정상물질과 만나면 쌍소멸하며 100% 에너지로 변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효율 면에서 비할 상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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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구초기 단계라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극소량의 반물질을 만들어 잠시 동안이나마 존재하게 자기장으로 붙들어 두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자가속기를 설치하여 반물질 연구를 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에는 운영 중인 입자가속기가 3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실용적인 반물질 에너지 활용법이 개발된다면 그 노하우를 지닌 일부 국가들은 그렇지 못한 다수의 국가들에게 마치 중동 산유국들처럼 거드름을 피우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더구나 이번에 찾아낸 샘은 마르지도 않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지혜를 발휘하면 세상을 주도하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 석유의 고갈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쫓다 1cm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린 자동차에 속을 태울지, 아니면 국가와 인류의 장래를 위해 길게 보고 대체자원 개발에 투자할지 선택은 다름 아닌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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