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착한 기술, 적정 기술

전세계 물 부족 인구 약 12억 명
물 부족 및 오염으로 1분에 4명, 하루 6천여명 어린이 사망
아프리카에서는 18kg의 물을 한번 이동하는데 30분 이상 소요
전세계에서 1초마다 한 명이 영양실조로 사망
30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사망

누군가에는 매우 쉽고 넘치는 것들이 누군가에는 너무 부족해서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들……

여전히 이런 안타까운 소식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후원금을 내기도 하고 지원물품을 보내거나 현지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하는데요, 이런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닮은 기술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 적정 기술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부터 시작한 착한 기술, 바로 적정 기술입니다.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 문화, 환경적인 조건들을 고려해 해당 지역과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생산과 소비가 지속가능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말하는데요, 그 지역의 자원을 이용하되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인간적인 기술입니다.

RachelAndMachine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적정 기술’이라는 개념은 1960년대 독일 경제학자 ‘에르스트 슈마허(E. F. Schumacher)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1973)라는 책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을 일컫는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슈마허는 선진국과 제 3세계의 빈부 양극화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요, 과거의 원시적인 기술보다는 훨씬 우수하지만 선진국의 거대 기술보다는 규모가 작은 ‘중간기술’이 빈민국에게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 했습니다. 즉 현지의 자원과 적은 자본,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그러나 당시 전문가들은 의미는 좋지만 ‘중간(intermediate)’이라는 용어가 자칫 기술적으로 미완성되거나 열등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지금의 ‘적정 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적정 기술은 현재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적정 기술 1. 이슬로 물을 만들다! ‘와카워터(WarkaWater)’

“아프리카에서 물 부족과 오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와카워터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아르투로 비토리(Arturo Vittori)가 만든 와카워터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한 아프리카의 기후조건을 이용해 밤사이에 맺힌 이슬을 모아 식수를 만들 수 있는 물 탑인데요, 대나무로 엮은 10미터 높이의 그물 탑에 맺힌 이슬들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깨끗한 식수를 만들어내는 원리입니다.

6명이서 4일이면 손으로 직접 탑을 만들 수 있고 탑 하나에 약 50만 원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요, 대량 생산할 경우에는 비용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에너지 없이도 하루에 100리터 정도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어서 아프리카 인들에게는 희망의 탑이 되고 있습니다.

article-2596450-1CD3AD6800000578-15_634x316

< 와카 워터 / 이미지 출처 : 영국 데일리메일 >

적정 기술 2. 놀면서 물을 만들다! ‘플레이 펌프 워터 시스템(PlayPump Water System)’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물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최고의 선물이 되겠죠? ‘플레이 펌프 워터 시스템’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발한 기술인데요,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면서 발생하는 원동력을 이용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펌프기술입니다. 아이들이 1시간 정도 놀이기구를 타고 놀면 약 1,400리터의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은 물은 근처의 워터 타워에 약 2,500리터까지 저장할 수 있는데요, 이 펌프 하나로 주민 약 2,500여명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고 하니 세상에서 가장 착한 놀이기구가 아닐까 싶네요.

playpump6

< 플레이 펌프 워터 시스템 /이미지 출처 :
http://www.inhabitots.com/play-pump-the-merry-go-round-water-pump/ >

 적정 기술 3. 깨끗한 물만 담는다! ‘행복한 대야(HAPPY BASIN)’

물이 있어도 오염됐다면 그야말로 ‘그림의 물’이겠죠?

하지만 ‘행복한 대야’만 있으면 걱정 없습니다. 세숫대야 모양의 행복한 대야는 2009년 서울디자인 올림픽에서 ‘철해치상(Iron Haechi Prize)’과 ‘시민특별상’을 수상한 우리나라의 아이디어 제품인데요, 대야를 연못이나 강 위에 올려놓으면 안에 들어있는 나노필터가 자체적으로 물을 정화시켜 깨끗한 물만 내부에 고일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머지않아 아프리카 곳곳에 이 행복한 대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적정 기술 4. 전기가 필요 없는 항아리 냉장고 ‘팟인팟쿨러(Pot-in-pot cooler)’

냉장고를 사용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어떻게 음식을 보관할까요?

전기가 없거나 귀한 아프리카 사막 지역. 이곳에서 냉장고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온은 40도를 넘나들어 농작물과 음식들은 쉽게 상해버리기 일쑤입니다. 부패한 재료와 음식물로 주민들은 늘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팟인팟쿨러’는 이런 곳에 꼭 필요한 냉장고입니다.

‘항아리 속 항아리’라는 의미의 팟인팟쿨러는 이름처럼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그 틈에 모래와 물을 채워 젖은 천을 덮으면 끝~!

모래가 머금은 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항아리 속의 열을 빼앗아 그 속의 온도를 낮추는 원리를 이용한 것인데요. 기존에 상온에서 이틀이면 상했던 농산물이 이 작은 항아리에서는 3주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기도 필요 없고, 항아리도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 수 있어서 더욱 실용적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간적인 냉장고가 아닐까요?

Tonkrugkühler,_Clay_pot_cooler,_Canari_Frigo_위키미

< 팟인팟 쿨러/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적정 기술 5. 기생충을 찾아내는 종이 현미경 ‘폴드스코프(Fold scope)’’

전세계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인구의 90%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민들!

미리 발견만 해도 대장균과 기생충 감염을 크게 예방할 수 있을 텐데요, 스탠포드대학 기계공학과 생명공학 연구팀은 단 1달러로 기생충을 식별할 수 있는 종이 현미경 ‘폴드스코프’를 개발했습니다.

폴드스코프는 A4 크기의 종이와 풀, 스위치와 배터리, LED로 구성돼 있는데요, 10분이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간단하고 저렴한 종이현미경의 성능은 놀랍습니다. 2,000배까지 물체를 확대해서 볼 수 있는데요, 대장균이나 말라리아 기생충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1회용으로 사용한 후 바로 태우면 되고요, 조립이 쉬워서 어린이들의 교육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단 돈 1달로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질병에서 구할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로 적정기술의 힘이 아닐까요?

함께 행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혁신

 

9063313952_0af89e22e0_o플리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이 외에도 최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적정기술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적용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들이 모두 소외 받고 있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정한 혁신기술은 이처럼 ‘함께 행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소외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김미현 작가

|

방송작가/자유기고가

댓글 남기기

이메일과 웹사이트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