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60억 네티즌에게 나누다 지식 공유 컨퍼런스 TED

우리나라 속담 중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싼 물건 치고 질 좋은 게 없다는 말이죠. 이 속담은 교육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비싼 강의, 비싼 수업일수록 알맹이가 있을 거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합니다. 강남에서 초고가 과외가 유행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겠지요.
그렇다면, 만약 강사들이 무료로 무대에 서고 수강생들도 공짜로 교육받는 강연은 어떨까요?
얼마나 엉터리일지 대강 그려지신다고요? 만약 그렇게 답하셨다면 틀렸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지식 공유 컨퍼런스 TED 이야기니까요.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면 TED는 널리 알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강연으로 풀어내는 모임입니다. 강연자는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 같은 유명인부터, 코미디언, 작가, 다리를 잃은 댄서까지. 디지털 세상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기술적인 강연이 있는가 하면,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보통 사람들이 전하는 감동적인 강연도 있습니다. 춤을 추든 노래를 부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딱 하나 지킬 게 있다면 강연이 18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뿐입니다. 50분짜리 수업에 익숙한 여러분은 18분이란 제약이 오히려 강연에 얼마나 긴장감을 부여하는지 놀라실 겁니다.

TED 강연이 처음부터 인기를 끈 건 아닙니다. 1984년 그래픽 디자이너 리처스 사울 워먼이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이들 분야의 앞 자를 딴 TED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이 모임은 그럭저럭 유용한 보통의 강연 컨퍼런스였습니다. 그러던 2000년 미디어-경영 저술가 크리스 앤더슨이 TED를 인수해 강연 콘셉트를 지금처럼 바꾸고 모든 강연을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TED는 비약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강연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강연 내용에 감명받은 각국 네티즌들이 직접 제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서 TED 강연 동영상은 현재 매달 3억회 이상 재생되고 있습니다.

TED는 심지어 강연 포맷마저 무료로 공유했습니다. 기본 조건만 갖추면 TED 본사와는 무관하게각 지역, 각 대학에서 TED-X란 이름의 컨퍼런스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TED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이들은 자신만의 TED를 꾸밀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전 세계 곳곳에 TED가 알려졌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멋진 강연을 무료로 듣는 콘셉트는 좋지만, 그러면 TED는 뭐 먹고 사는지 궁금할 분들이 있을 거 같은데요. 바로 답을 알려드리자면, TED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TED 강연의 오프라인 참가비에서 나옵니다. 1인 당 참가비가 75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8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인데요. 그럼에도 올해 3월에 열렸던 컨퍼런스에선 1200석이 모두 매진이었다고 합니다.

TED 대표 크리스 앤더슨은 저서 <프리(FREE)>에서 공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공산품 시장에선 제품 하나 더 만들 때 그만큼 비용이 더 듭니다.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는 건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 더 만드는 비용이 0원에 가까운 디지털 콘텐츠 세상에선 이야기가 다릅니다. 동영상, 게임, 웹툰 등 이미 만들어놓은 디지털 콘텐츠는 하나 더 준다고 비용이 늘지 않죠. 오히려 나누면 나눌수록 가치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TED가 그랬습니다. 멋진 강연을 공짜로 나눠 눈길을 끌고, 지지층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더 좋은 강연자가 찾아오고, 더 멋진 강연이 만들어지는 등 선순환을 이뤄냈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니며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상입니다. 가격에 대한 창의적인 발상 역시 혁신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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