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하여

연예인은 무엇으로 살까요?

좀 뜬금없긴 한데, 요 며칠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주체이자 그 스스로 ‘상품’으로 존재의미를 지니는 연예인. 대중들에게 선택을 받는 것이 숙명인 이들은 대중들의 관심이나 소비욕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냉정히 말해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이들의 이미지는 ‘상품’으로서의 가치와 직결됩니다. 각종 쇼프로그램이나 공연, 영화, 드라마, 광고모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고 호감도와 인기 정도에 따라 그들의 부와 명예가 결정되는 거지요.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는 모습, 자신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사이에 어느 정도 괴리감이 있게 마련입니다. 연예인만큼 그 괴리감이 큰 부류들이 없는 것은 이 같은 특수성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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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부부가 나오는 예능 / 출처 : SBS 자기야의 한 장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 부부들의 이혼소식이 포털과 각종 게시판을 달궜습니다. 개인으로, 자연인으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 텐데 이것이 당사자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가십거리가 된다는 것. 끔찍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부부나 연인 관계처럼 내밀한 부분들이 마구잡이로 까발려지고 제 3자에 의해 함부로 평가 받는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대중들은 대체로 이렇게 반응합니다. 잉꼬부부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행복한 척 하더니만… 이런 식이죠. 공개적인 화면에서 잘 사는 것 같이 보였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바닥끝까지 서로를 공격하며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대놓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민망한 부분까지 여과 없이 드러난 그들의 싸움이 많았습니다. 대중들은 놀라움과 흥미, 말초적 호기심으로 이 같은 모습을 지켜봤지요. 파경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며칠 전까지 TV에 나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살뜰하게 챙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뭐가 맞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속은 썩어 문드러지는데 겉으로는 행복해하며 완벽한 모습으로 사는 쇼윈도 부부인 셈인데 왜 상당수 연예인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많이 나타나는 걸까요. 앞서 말했듯 연예인은 이미지로 살아갑니다. 이미지가 실추되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삶의 기반이 흔들립니다. 마지막까지 남의 눈을 의식하고 이미지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연애하고 결혼하고 갈등이 생기고 회복되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싸울 수도 있고 의견차이가 빚어질 수도 있고 권태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연애 시작단계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들은 결혼 후에는 자연스럽게 부부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인지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잘 살고 있다’는 고정관념이 만들어집니다.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처할 수 있는 상황이나 감정상태지만 이미지의 고정관념 위에 놓인 연예인들은 그마저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부담이 악순환으로 작용합니다. 자신을 감추고, 아닌척하고 하게 되는 거죠. 가만 생각해 보면 당사자끼리 별 문제 아니게 넘어갈 수 있는 경우도 주변에서 들쑤시고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에 처한다면 웬만한 정신력 가지고 버틸 수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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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부부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한장면 / 출처 : MBC 마마 방송캡쳐>

 비단 부부 관계뿐만이 아닙니다. 팬시한 상품 같은 아이돌 그룹 역시 대중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존재로 대중들을 만납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자연인인 이들은 감정이 격변하는 질풍노도의 10대, 20대입니다. 또래의 감성을 공유하고, 그 나이대의 욕망과 감정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들을 그 연령대의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현된 이미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도 그만큼 돈을 벌고 명예와 영화 속에 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연예인은 사생활조차도 대중들의 무차별적인 관심의 대상에 노출될 수 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골치 아프고 피곤한 직업입니다.

음주운전을 하거나 사회적·도덕적으로 물의를 빚는 사건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큰 비난을 받고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이혼이나 연애, 결혼과 같은 개인사는 물론이고 살이 쪘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민낯인지 아닌지조차 관심의 대상입니다. 그런 관심조차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산물이죠. 따라서 연예인이 되고자 한다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같은 관심을 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직업의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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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부부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한장면 / 출처 : MBC 폭풍의 여자 방송캡쳐>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연예인의 삶을 부러워합니다. 무대에 서는 화려한 모습만 보고 연예인이 되길 꿈꾸는 청소년들도 많습니다. 대중 앞에 서서 주목 받는 화려함,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입. 여기에만 집중해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꿈꿉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고 있지요.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는 것이 연예인, 일반인 할 것 없는 인생의 이치라는 겁니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산과 골은 더 깊고 두드러져 보입니다.

대중들이 연예인을 대하는 태도가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연예인의 본질’이라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모든 관심과 판단이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에게 쏟아지는 대중들의 잣대나 비난의 강도를 보면 공직자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엄격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연예인은 연예인이기 전에 자연인입니다. 대중의 관심이 그들의 본질이라지만 존중 받아야 할 인격의 존엄성을 넘어설 수는 없지 않을까요.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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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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