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의 매력

영화 <킹스맨> 보셨나요.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입니다. 일단 이 글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그냥 ‘패스’하시기를 살짜쿵 권해봅니다.

현재 350만명을 넘긴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등급 외화 중 최초로 300만명을 달성한 영화라는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그만큼 외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인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다는 거겠죠. 대략의 내용은 아실 겁니다. 루저로 낙인 찍혔던 청년(태런 애거튼)이 전설적인 베테랑 요원(콜린 퍼스)에게 스카우트 되면서 상상을 초월한 훈련에 참여하게 되고, 최고의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에게 맞서게 되는 스파이 액션 블록버스터. 포털사이트와 뉴스를 통해 소개돼 있는 큰 줄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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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가장 ‘핫’한 영화답게 인터넷에는 유려한 문체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무장된 리뷰들이 차고 넘쳐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리뷰 대신 이 영화를 통해 느꼈던 매력 포인트 몇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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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먼저, 주연 배우 콜린 퍼스입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스타일과 타란티노의 감성을 합쳐놓은 유쾌하고 독특한 이 스파이 영화는 그를 통해 판타지를 구현하고 완성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 50대 중반의 나이에 생애 첫 액션연기를 선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사실 반신반의했습니다. <킹스스피치>의 중후한 국왕으로, <러브 액츄얼리>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로맨티스트로 사랑을 받았던 그의 액션 연기를 상상하기 힘들었지요. 영화 초반 펍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이나 중후반 교회에서 벌어지는 격투장면은 소위 ‘17대 1’ 결투(영화 비트에서 사용됐던, 신화적 결투를 묘사하는 관용어지요)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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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교회 격투신은 17대1이 아닌 수백대 1이 맞붙는 장면인데,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콜린 퍼스의 연기력입니다. 더불어 그는 온 몸으로 진정한 ‘수트빨’이 무엇인지 보여주지요. 그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어 지네요. 자, 결정적인 ‘스포’ 나갑니다. 반드시 그를 살려내서 꼭 2탄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저만 가진 것이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21세기 영웅담을 완성시켜주는 새로운 악당의 등장입니다. 전통적인 스파이 영화에서 그려졌던 악당은 몰락한 공산권의 군부 세력이거나 아랍 출신 테러리스트였지요.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를 대신하는 자리에 IT업계의 거물 자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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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전통적인 ‘적’들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그려지던 미국, 즉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지요. 악당 발렌타인은 스냅백과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내내 등장하며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빅맥세트를 대접합니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 것은 그의 목표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의 실현이라는 점입니다.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바이러스같은 인간의 개체수를 줄인다는 그의 발상을 통해 통렬하고 재기넘치는 풍자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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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발렌타인의 부하로 나오는 가젤 역시 일찌기 볼 수 없던 섹시하고 새로운 악역입니다. 부하로 등장하지만 동반자이자 소울메이트이기도 합니다. 양다리가 없어 의족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의족은 칼입니다. 칼발로 걸을 때마다 챙챙 거리는 소리가 묘한 자극을 줍니다. 비보잉하는 듯 액션을 펼치며 사람을 반으로 갈라놓는 그의 솜씨를 보노라면 우리의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잠시 잊게 될만큼 넋을 빼앗기게 됩니다.

세번째는 ‘창의적인’ 살육장면입니다. 어마무시한 살육장면을 이렇게 표현하기에 어폐가 있습니다만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영화의 백미입니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불꽃놀이하듯 하나씩 터지는 머리. 쓰고 보니 몹시 그로테스크합니다만, 이 장면은 키치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했습니다. 이 장면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음악입니다. 왕이 행진하거나 거물급 인물이 등장할 때 으레 깔리는 힘차고 당당한 이 유명한 음악은 영화속 살육장면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뿐 아니라 21세기형 새로운 스파이 영웅의 등장과 그의 앞날을 알리는 대관식의 효과를 냅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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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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