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인기 법칙?

박경은 기자의 문화 속 혁신 <본질로 주목 받는 예능 문화>
<사진 출처 /Mnet 슈퍼스타K 화면 캡처>

오디션 프로그램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스타K> 입니다. 2009년 첫 대회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6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고 많은 가수 지망생들에겐 꿈의 무대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이지요. 그렇지만 지난해 이 프로그램은 심각한 부진에 빠졌습니다.

참가자들의 실력이나 화제성이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자 이를 메우기 위한 낚시성 편집과 강요된 감동스토리가 부각됐습니다. 본질에서 벗어난 부수적 요인으로는 까다로와진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올 수 없었지요. 수년간 동시간대 지상파 시청률을 훌쩍 뛰어넘었던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뭇 달라진 양상입니다. 최근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눈에 띄는 두각을 드러낼 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됐던 노래는 곧바로 음원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사진 출처 /Mnet 슈퍼스타K 화면 캡처>

변화의 핵심은 노래입니다. 노래 실력을 가리는 오디션의 본질인 ‘노래’에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제작진은 좋은 원석을 발굴하기 위해 대도시뿐 아니라 전국 시·군 단위까지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때문인지 화제성뿐 아니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불렀던 노래는 음원차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일, 곽진언·김필·임도혁씨가 함께 불렀던 밴드 벗님들의 ‘당신만이’는 현재 주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가자 임형우씨가 불렀던 포스트맨의 ‘신촌을 못가’ 역시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초기에 <슈퍼스타K>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노래꾼들이 펼치는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이들은 좋은 가수로 가요계에 뿌리내리며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노래와 이를 아름답고 멋지게 표현하는 실력, 이것만 있다면 다른 뭐가 필요할까요.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그것입니다. 눈길을 끌기 위해 구사하는 포장술, 일회적인 화제가 결국 본질을 놓치게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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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KBS 1박2일 화면 캡처>

오랫동안 침체상태였던 KBS <1박2일>의 부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1 당시, 국민예능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던 이 프로그램은 멤버들의 캐릭터가 빚어내는 재미와 게임도 있었지만 여행지의 풍광과 맛있는 음식, 현지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단순한 연예인 예능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낯선곳을 찾을 때 부딪히는 의외성과 돌발상황이 주는 재미 외에도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정취와 자극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즌2에서는 여행 대신 멤버들의 먹방과 게임이 반복됐고, 이같은 그들만의 리그를 참고 보아줄 시청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시즌3가 되면서 프로그램은 초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을 부각시키고 집중하되 여기에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어 넣었습니다. 각각의 여행장소가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가 붙었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되찾아 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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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vN 꽃보다 청춘 화면 캡처>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꽃보다 청춘> 역시 여행 본연의 재미에 초점을 맞춰 성공했습니다. 이미 이전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할배와 여배우들의 여행기를 봤던터라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여권과 비행기표만 달랑 들고 떠난 20년지기 음악인 윤상, 유희열, 이적의 페루행은 낯선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여행이었습니다. 출발전까지 누가 함께 가는지도 몰랐고 칫솔과 속옷도 현지에 가서 직접 사야할 정도였지만 이들이 좌충우돌하는 여행기에 시청자들은 몰입했습니다. 척박하고 막막한 상황에 처해진 이들 역시 20년지기라고 하지만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들을 깨닫고 터놓으며 20년을 뛰어넘는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내며 감동을 전했습니다. 

사회 어느 분야 할 것 없겠지만 방송가 역시 수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져나오고 비슷한 컨셉트를 따르는 아류작이 속출하고 저마다 시청률 경쟁을 벌이느라 피가 마르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무엇이 됐든 얄팍한 콘텐츠에 화려한 포장술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없다는, 우직하게 본질에 충실한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요즘의 TV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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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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