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혁신>우연이 만든 발명품 탄생일화

우연도 노력을 만나야 신화가 된다
실수와 우연 속에 개발된 발명품, 글래스 세라믹 이야기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해 남성 취미로도 요리가 대세라는 요즘, 그릇 부위는 물론 손잡이까지 유리로 된 일체형 냄비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은은한 갈색 빛을 띠는 유리 안으로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라면이 투척(?)돼 입맛을 다시게 하는 라면 광고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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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품 글래스 세라믹 냄비 / 이미지 출처 : 키친아트 홈페이지>

센 불에도 어떻게 깨지지 않을 수 있는지…. 어렸을 적 처음 본 발명품 ‘글래스 세라믹(Glass-Ceramic)’은 참 신기했습니다. 유리를 열처리해 세라믹으로 만들었다는 뜻에서 ‘결정화 유리’라는 한글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일반 유리보다 가볍지만, 단단하고 특히 고온은 물론 저온에도 강한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냉장고나 냉동실에서 꺼내 바로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넣고 가열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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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탄도미사일/이미지 출처 : pixabay’대륙간탄도미사일’>

발명품 글래스 세라믹 개발 초기엔 특수한 물질이었던 만큼 군사부품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맨 앞부분 탄두가 글래스 세라믹 소재로 만들어져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지름이 10m가량 되는 거대 천체망원경의 반사경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냄비 또는 전자레인지 부품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개발 뒤 꽤 시간이 흐른 뒤 얘기란 말입니다.

우연이 만든 발명품 혁신, <글래스 세라믹>

상당수 발명품이 그렇듯이, 글래스 세라믹 또한 우연을 통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물질입니다. 미국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스투키 박사는 1940년대 초반 코닝사로부터 산화처리와 가열이 유리 색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과 유리에 사진을 인화하는 기술 개발 등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받습니다.

1950년대 초반, 스투키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감광유리를 샘플을 가마(오븐)에 넣고 가열하며 열의 노출과 유리색깔 사이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온도를 600℃로 설정해놨는데, 마침 가마의 온도계가 고장 나 있었답니다. 그 결과 가마 안의 온도는 900℃까지 치솟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스투키 박사는 황급히 가마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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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스투키 / 이미지 출처 : 뉴욕타임즈 홈페이지>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유리가 녹지 않고 멀쩡하더랍니다. 놀란 마음에 집게로 뜨겁게 달궈진 감광유리를 꺼내는데, 그만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답니다. 그런데도 산산조각이 날 줄 알았던 유리덩어리는 마치 쇳덩이처럼 탕탕탕 소리를 내며 튕겨나더랍니다.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면 과학자는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스투키 박사는 당연히 왜 감광유리가 녹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았는지, 유리 원료 성분 배합과 온도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합니다. 그 결과 얼마 뒤 코닝사는 세계 최초 글래스 세라믹 발명품인 파이로세람(Pyroceram)을 내놓게 됩니다. 당시 이 제품은 ‘못을 박을 수 있는 유리망치’로 널리 소개됐다고 합니다.

결국 발명품 ‘못을 박을 수도 있는 유리’ 글래스 세라믹은 가마 온도조절장치가 고장나고 스투키 박사가 샘플을 떨어뜨리는 우연과 실수를 통해 태어난 셈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알루미늄만큼 가볍지만 스테인리스 강철보다 강하고, 강한 산이나 알칼리에도 부식되지 않고, 온도 변화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발명품 글래스 세라믹은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발명품 글래스 세라믹을 둘러싼 일화를 살펴보노라면, 액체 나이트로글리세린을 톱밥이 깔린 바닥에 떨어뜨린 실수 덕분에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할 수 있었던 노벨의 일화가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합니다. 노벨도 스투키 박사의 경우처럼 우연 또는 의도치 않은 실수 속에서 진보와 혁신, 변화를 일궈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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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노벨’>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연이나 실수는 누구에게나, 세계 어디에서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들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새로운 것을 고대하고 준비하던 이를 만나게 되면 우연은 그냥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 돼 버리는 것이죠. 사실 우연과 실수를 통해 개발, 혁신의 주인공이 된 경우라도 그에 앞선 무수한 실패 속에서 허우적거린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도 그 때문에 있겠죠. 우연도 노력하는 자에게서 빛을 본다는 삶의 이치는, 과거는 물론 현재나 미래에도 적용되는 격언일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연구실에서 밤을 새며 연구에 몰입하고, 사무실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이디어를 궁리하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길 기원해봅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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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전공하고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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