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열풍, 그 시절 대중문화에 응답하라

응답하라 1988
문화 타임머신이 되다
응답하라 1988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방송 5회만에 10% 시청률을 훌쩍 넘기면서 분위기를 달구는가 싶더니 이 드라마에서 소개되는 1988년 당시의 대중문화들이 2015년 현재를 휩쓸고 있네요. 1988년,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순간적인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그 시대를 접하지 못했던 세대에게는 지금 누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문화 콘텐츠로 다가가면서 소통과 공감의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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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OST ‘소녀’>

얼마 전 발표된 응답하라 1988의 OST ‘소녀’는 현재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원래는 1985년 이문세가 불러서 히트했던 곡인데요. 이를 혁오밴드의 보컬 오혁이 리메이크해 요즘 10, 20대들에게도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곡이 응답하라 1988에 새롭게 등장해 추억의 선물을 안겨줄지 시청자들의 기대도 높습니다.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1988년 당시 어떤 문화 콘텐츠들이 우리를 울리고 웃겼을까요.

응답하라 1988
그 시절의 음악
먼저 음악입니다. 음원차트 멜론을 보니 응답하라 1988 시절의 인기가요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뮤직박스차트라는 자료가 나옵니다. 전국 DJ연합회가 음반 판매량과 방송횟수 등을 집계한 것인데요. 요즘처럼 하루에도 수 차례 1위곡이 뒤바뀌는 것과 달리 당시의 인기 곡은 위세가 엄청났습니다. 히트곡이라면 앨범이 1백만장 이상씩 팔려나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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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그 시절의 카세트 테이프>

인기 곡의 척도는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길보드’가 대세였습니다. 노점 리어카에서 주로 음악 테이프가 팔리던 시절이었고, 길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그 시절 가요의 흐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빌보드를 딴 ‘길보드’라는 말이 널리 통용됐습니다. 뮤직박스차트를 통해 본 응답하라 1988년 시대의 인기곡들.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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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변진섭>

상반기에 인기를 얻었던 곡들은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번’,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 김범룡의 ‘현아’, 이정석의 ‘사랑하기에’, 유재하의 ‘지난날’, 최성수의 ‘동행’, 이지연의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민해경의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최성수의 ‘동행’ 등이 있었습니다. 하반기에는 김학래의 ‘사랑하면 안되나’,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 정수라의 ‘환희’, 이상은의 ‘담다디’,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 이치현과 벗님들의 ‘집시여인’,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 등이 꼽힙니다.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된 시대에는 정말 많은 장르에서 가수들이 활동하며 가요계를 꽃피웠습니다. 조용필을 필두로 전인권의 록, 이문세의 발라드, 소방차•김완선•박남정의 댄스 등이 고루 시대를 주름잡았어요. 응답하라 1988에서 나왔듯 노찾사의 ‘광야에서’와 같은 민중가요도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Wham, A-ha 등 해외 팝스타의 음악저변도 넓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 시대에는 주류와 언더가 비교적 조화롭게 공존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
그 시절의 문화
1988년 당시에는 고등학생들의 유희 문화도 많이 달랐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시대지만 응답하라 1988의 시절엔 TV, 라디오, 음악, 그리고 만화책이 전부였습니다. 그게 아니면 그저 밖에서 축구나 농구를 하며 몸으로 부대끼는 것이었지요.

그때 유행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봐야 했던 프로그램으로 라디오에 <별이 빛나는 밤에>가 있었다면 TV엔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가 있었습니다.

음악방송을 기본으로 하면서 여기에 각종 쇼와 예능을 섞은 형태였지요. ‘부탁해요~’를 유행시켰던 이덕화씨가 오랫동안 MC를 맡았는데 당시 그의 위상은 지금의 유재석과 신동엽, 장동건을 합쳐놓은 정도랄까요. 뭐 믿어지지 않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그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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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그리고 그 옆의 여성 MC 자리 역시 당대를 대표하는 스타의 척도였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1988년엔 배우 조용원씨가 맡았었고 김청, 김희애씨도 이 자리에 섰습니다. 1988년 이후에도 박상원, 최민수, 김연주, 김혜수, 이승연 등 당대의 대표적인 스타들로 이어졌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가 보던 만화 <갈채>, 선우가 보던 책 <성자가 된 청소부> 등 깨알같이 흩어져 있는 소품들에 반색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88년 당시의 여학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놨던 순정만화는 김영숙의 <갈채>와 <휘파람> <파란 미소>,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사랑의 아테네>, 김혜린의 <북해의 별>, 황미나의 <안녕 미스터블랙> <아뉴스데이>, 김동화의 <아카시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일명 ‘빨간 책’으로 불렸던 하이틴 로맨스들이 사춘기 여고생들의 마음에 불을 댕겼죠. 저 역시 1988년에 고등학교 1학년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격하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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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그 때의 인기 시집>

요즘에 비해 그땐 청소년들이 책을 좀 읽었습니다. 아마도 1988년 즈음에는 읽을 거리가 잡지나 책밖에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테지요. 특이한 점은 그 시절엔 시집도 꽤 많이 읽었다는 겁니다. 두꺼운 스프링으로 철이 된 연습장 앞에는 빠닥빠닥한 마분지 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그 커버에는 시가 새겨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시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시가 얼마나 많이 읽혔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그때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시는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서정윤의 ‘홀로서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김숙경의 ‘너 그리고 나’, 김남조의 ‘공존의 이유’ 등이었습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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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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