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조절할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아무리 과학기술문명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기후의 변덕 앞에서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 예고되지 않은 쓰나미는 물론이거니와 설사 예고된 태풍(허리케인 혹은 블리자드)이나 돌풍(토네이도)이라 해도 변변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현실이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양 일대를 강타한 쓰나미로 인해 무려 23만여 명이 숨지고 500만 명 이상 피해를 입었으며, 2013년 5월 20일 미국 남부 오클라호마 주를 덮친 토네이도는 시속 166~322㎞로 불면서 불과 40여 분만에 91명의 사망자와 145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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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언제고 우리 손으로 직접 기후를 제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사실 기후조절에 관한 인류의 꿈은 험상궂은 날씨를 신이나 악마로 의인화한 신화와 전설에서 보듯이 그 뿌리가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이를테면 북풍과 해님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경쟁하는 이솝우화를 떠올려보라. 심청이를 인당수에 던지는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는 뱃길에 풍랑을 만나지 않길 바라는 당대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오늘날 이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날로 진보하는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실질적인 기후조절 해법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노력이 실제로 꽃핀 미래를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형상화하는 것이다.

 먼저 기후조절을 위한 과학기술이 어느 선까지 발전했는지부터 살펴보자. 1946년 미국에서 비행기를 통한 인공강우가 도입된 이래, 과학자들은 줄곧 기후를 관찰/예측하고 나아가서는 일정부분 통제가 가능한 갖가지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중 기존의 재래식 방법은 기본적인 알고리듬이 대개 오십보백보다. 우선 구름 속에다 비가 되어 떨어질 만큼 물방울을 키울 수 있는 먼지 씨앗들을 뿌린다. 아무리 작은 구름이라도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작은 물방울들이 떠있다. 다만 이 작은 물방울들은 말 그대로 너무나 작다. 이것들이 지상으로 떨어질 만한 덩치의 빗방울이 되려면 약 백만 개쯤 뭉쳐야 한다. 이때 구름 속에 먼지나 흙 그리고 얼음결정 같은 미세입자들을 섞어주면 그것들이 주변의 작은 물방울들을 계속해서 빨아들이는 빗방울 씨앗이 된다. 따듯한 날에는 소금이, 추운 날에는 요오드화물과 드라이아이스가 인공강우 유발물질로 뿌려진다.
구름씨앗

최근에는 이보다 더 진일보된 방식들도 논의되고 있다. 첫째가 초저주파 전자파를 이용한 방법이다.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이 파장대역의 전자파를 전송하여 성층권의 제트기류 흐름을 바꿈으로서 기상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제트 기류의 방향을 북쪽으로 돌려놓아 여태까지의 대류 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둘째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HAARP 프로젝트다. 고주파 활성화 청각연구 프로그램(HighFrequency Actival Aural Research Program)의 줄인 말인 이 프로젝트는 지상의 안테나들에서 발사하는 강력한 라디오파로 상층대기의 전리층을 달궈 지역별 대기 순환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공기가 뜨거워지면 상승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전리층의 높이를 더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그렇게 하면 해당지역의 기후 패턴이 변하게 된다. 셋째는 공기를 데우는 수단으로 인공위성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인공위성에서 마이크로파로 태풍의 핵을 달구면 물분자들이 진동하게 된 끝에 주변 공기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 결과 태풍의 경로가 바뀌거나 기세가 약해질 수 있다.

인공위성-마이크로파

다음에는 문학적 상상력에 기대어 근미래의 기후조절 비전을 살펴보자. 러시아의 과학소설 작가 이반 A. 예프레모프(Ivan A. Yefremov; 1907~1972)가 일찍이 1950년대 말 발표한 장편 <안드로메다 성운 Tumannost’Andromedy; 1957년>을 보면 인공태양이 시베리아의 동토를 비옥한 옥토로 바꿔놓는다. 

“인공태양들이 건설되어 북극과 남극 양 지역에 배치되었습니다. 이 태양들이 제4빙하기 동안 형성된 극지방의 빙하를 대거 녹이는 바람에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기후변화가 뒤따랐습니다. 해수면이 7미터나 올라갔는가 하면 한랭전선이 급속히 후퇴했으며 적도지역 외곽의 사막화를 부채질한 무역풍의 흐름이 훨씬 약해졌지요. 허리케인,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 <안드로메다 성운> 제2장, 원문에서 발췌번역

인공태양은 21세기의 미국 과학소설에도 주요한 기후조절 수단으로 등장한다. 특히 래리 니븐(Larry Niven)과 에드워드 M. 러너(Edward M. Lerner)의 장편 <세계선단 5부작 Fleet of Worlds; 2007~2012년>에서는 인공태양의 활용범위가 훨씬 더 극대화된다. 여기서는 퍼펫티어인(The Puppeteers)이라 불리는 외계인들이 항성의 중력우물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우주를 자유로이 떠도는 외계행성들에 거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들에 신록이 푸른 대지와 얼어붙지 않은 바다가 있는 것은 행성 가까이에 작은 인공태양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기후조절에 관한 문헌상의 최초의 언급은 18세기 중엽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의 <라섹 Rassek; 1759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발 더 나아가서 19세기 영국의 여류 SF작가 제인 로우든(Jane Loudon)은 자신의 장편 <미이라 The Mummy; 1827년>에서 앞으로 200년 안에 사람들이 기후를 조절하는 날이 오리라는 야심 찬 전망을 내놓았다. (그녀가 만기로 잡은 20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지금, 과학자들은 그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창 노력 중이다.) 20세기 들어서도 기후조절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다수 나왔다. 그중 벤 보바(Ben Bova)의 장편 <기후를 바꾸는 자들 The Weathermakers; 1967년>을 보면, 허리케인으로 유입되는 공기를 데우는 동시에 중심부에 있는 공기는 반대로 냉각시켜 전체의 온도를 균일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태풍을 중화시킨다.

허리케인2

이러한 해법은 대류현상이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에서는 <엑스맨 XMen>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스톰(Storm)이 기후를 조절하는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로 나온다.

끝으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장차 기후조절을 할 수 있게 된다 해서 만사형통은 아니란 것이다. 기후변화에 인간이 직접 개입한다는 것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덕분에 목표지역에서는 원하는 바를 얻게 될지 모르나 그 밖의 지역에는 뜻하지 않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오타와 대학의 미셀 코수도브스키(Michel Chossudovsky)는 앞서 소개한 HAARP 프로젝트가 앞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보이지만 자칫 잘못 운용하면 홍수와 가뭄, 허리케인 그리고 지진을 유발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인류가 발명한 과학기술의 산물 대부분이 그렇듯이 기후조절 기술 또한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날씨를맘대로조절(그리고-특성이미지)

더구나 기후조절 기술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 혹은 국가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남용되거나 독과점 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 환경생태학적 재앙이란 뒤통수를 맞게 될지 모른다. 과학소설과 SF영화는 이미 일찍부터 그처럼 불운한 미래를 내다보았다. 미국작가 머레이 라인스터(Murray Leinster)의 중편소설 <영하 1천도 A Thousand Degrees Below Zero; 1919년>는 한 미치광이 천재과학자가 자신을 세계의 지배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온 세상을 얼음판으로 만들겠노라 협박하는 이야기다. 액화수소와 초전도 물질을 다루는데 숙달된 전문가인 이 과학자는 뉴욕과 지브롤터 그리고 요코하마 같은 지구촌 주요항구들이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1960년대의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극장판 영화 <어벤저스 Avengers; 1998년>에서는 어거스트 드 윈터 경(Sir August de Wynter)이란 악당이 기후조절 기계를 이용해서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이 영화는 마블코믹스의 만화 속 수퍼 히어로들을 총집합시킨 동명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소설과 만화 속의 악역들이 그저 희화화된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현실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인물이라고 재해석해보라. 그렇다면 기후의 인위적인 조절이 인류사회에 복락을 가져오기는커녕 핵무기보다 더 끔찍한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음을 직감할 수 있으리라.

결론적으로 말해서, 기후조절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전과제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조만간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이 실용화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러한 기술이 첨단화되고 강력해질수록 잘못하면 우리의 문명 자체가 결단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떤 과학기술이든 자승자박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지만, 유독 기후조절 테크놀로지는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한 까닭에 인간의 지능 못지않게 양심과 도덕이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분야인 셈이다.

 

고장원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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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평론가, 작가, 과천과학관 SF2014 외 다수 과학소설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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