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블럭과 대중문화가 곱해져 인기 장난감이되다 레고

지난 6월 광화문 교보문고,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있습니다. “야, 이것 봐. 이런 것도 있어! 꺅” 다 큰 어른들이 아이들마냥 전시품 앞에서 떠날 줄을 모릅니다.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책도 음반도 아닙니다. 이날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시품은 장난감, 다름 아닌 ‘레고’였습니다.

1958년 덴마크의 장난감 공방에서 플라스틱 조립블록으로 탄생한 레고는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교육용 장난감으로 성장했습니다. 볼록 튀어나온 부분, 오목 들어간 부분을 연결해 뭐든 만들 수 있는 단순한 방식은 오히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해주였죠. 어릴 적에 선물 받은 레고 세트를 방안 가득 펼쳐놓고 요리조리 끼워 맞춰 본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당시 아이들에게 레고 세트처럼 큰 선물도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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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레고는 큰 위기를 겪습니다. 아이들이 아날로그 장난감이 아닌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에 더 큰 흥미를 갖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장난감 회사들이 매출 감소로 쓰러져갔고 레고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레고는 이때 새로운 선택을 합니다. 어린이용 장난감에 한정 짓지 말고 어른을 위한 장난감으로 콘셉트를 확장시키기로 한 거죠. 레고가 고른 방법은 조립블록이란 레고 특유의 시스템에 대중문화를 접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레고에 익숙한 어른들에게 다시금 레고를 좋아하고 구입할 동기를 제공하자는 취지였습니다.

1999년 SF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많은 우려 속에 진행됐습니다. 시장엔 이미 극도로 사실적인 스타워즈 피규어들이 잔뜩 나와 있었고, 스타워즈 팬들의 기대도 장난이 아니었으니까요. 라이선스 비용으로 돈만 날릴 것이라며 언론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스타워즈 레고>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사실적인 스타워즈가 아니라 ‘레고화’ 된 스타워즈에 팬들은 환호했습니다. 레고답게 단순화된 캐릭터와 우주선은 피규어가 주지 못한 개성을 부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타워즈 레고> 시리즈는 15년째 새 제품을 선보이며 영화보다 더 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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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아이콘을 철저히 레고화시킨다’는 콘셉트는 쭉 이어져 <인디애나 존스 레고> <배트맨 레고> <반지의 제왕 레고> <어벤저스 레고> 심지어 <심슨 레고>까지 출시했습니다. 처음 <스타워즈 레고>가 나왔을 때만 해도 스타워즈 팬들이 중심이 돼 콜라보레이션을 기다렸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레고가 이번엔 무엇을 선보일지, ‘레고’ 자체에 관심 있는 레고 팬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른 레고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지난해엔 레고 장난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레고 무비>를 만들었습니다. 레고 장난감들이 사는 ‘레고 월드’를 거대 기업이 지배하려고 하자 평범한 장난감들이 손을 잡고 맞선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레고 블록을 하나하나 움직여 찍는 스톱 모션 기법으로 마치 장난감이 움직이는 생생한 느낌을 줬고, 영화는 총 2억520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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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이라는 강적을 만났을 때 레고는 어떻게 했습니까”라는 어느 일간지 기자의 질문에 레고사 사장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움직이는 레고 개념을 떠올렸고 어린이가 아닌 어른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아날로그 장난감 시장 쇠락이라는 위기가 닥쳤을 때 레고는 그저 제품 퀄리티를 더 올리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레고에 익숙한 어른 세대에 눈길을 돌렸고, 그들의 지금 관심사인 대중문화의 아이콘들과 콜라보레이션했으며, 그러면서도 레고 만의 개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10+10이 아닌 10 x 10의 시너지를 이뤄낸 건 그런 혁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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