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국가들의 다운스트림 강화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석유 부국’입니다. 수돗물보다 석유가더 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각종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원유를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을 꾸준히 키워왔습니다. 덕분에 한국은 원유는 수입하지만 원유를 가공한 제품은 수출하는 국가가 됐죠.

그러나 국내 정유사나 석유화학업체의 석유제품 수출은 최근 어려운 환경에 처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 국내 제품을 가장 많이 파는 중국의 수요 증가율 둔화와 자급력 확대가 영향을 미쳤는데요. 또 하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원유 수출국인 중동 국가들이 원유 ‘정제국’으로의 모습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BP 통계에 따르면 2013년만 하더라도 한국의 석유정제능력은 하루당 288만7000배럴로 세계 6위(점유율 3.0%)였습니다. 한국보다 석유정제능력이 앞선 국가는 미국(1781만800배럴, 18.8%), 중국(1259만8000배럴, 13.3%), 러시아(602만7000배럴, 6.3%), 인도(431만9000배럴, 4.5%), 일본(412만3000배럴, 4.3%) 등 5개국이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석유정제능력은 252만2000배럴(2.7%)로 7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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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정제능력은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세계 1위 석유기업 아람코 정제시설 등이 완공되면서 사우디의 석유정제능력은 하루당 302만2000배럴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한국은 추가 정제시설이 없어 전년도와 동일한 정제능력을 기록했습니다. 사우디뿐만이 아닙니다.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등이 앞다퉈 정제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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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양만으로는 중동 국가들의 정제능력은 다른 지역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2013년 기준 중동 지역의 정제능력 점유율은 세계 9.3% 수준으로 아시아태평양(33.0%), 유럽과 유라시아(25.2%), 북미(22.5%)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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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설 확충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중동지역 정제능력 증가율은 67.7%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중동 지역 국가들이 원유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원유뿐 아니라 석유제품까지 생산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셰일오일 열풍으로 비OPEC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OPEC 회원국 12개국 중 6개국이 중동 국가입니다). OPEC 사무국의 전망을 보면 비OPEC 석유생산 증가로 대OPEC 원유 일일 수요는 2015년 2920만배럴, 2016년 2830만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중동의 석유제품 생산량은 증가 추세입니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자료를 보면 올해 중동 국가의 휘발유나 경유 등 주요 석유제품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하루당 27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총수출량의 2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대외 환경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해외수출에서 대아시아 비중이 90%에 가까운만큼 지리적으로 가깝고 가격경쟁력도 있는 중동산 제품에 수출시장을 뺏길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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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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