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원인을 위스키 잔에서 발견하다?

자연 생태계와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알아낸 것은 1980년대 위스키 잔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데, 믿어지시나요? 우연한 발견으로 과학계에 혁신을 일으킨 인물 ‘클로드 로리우스’!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준비하는 자에게는 우연도 기회, ‘클로드 로리우스’

과거 대학생 시절 남극 세종기지 월동연구대원 모집 공고를 보고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혹한의 추위와 강풍이 1년 내내 계속되는 남극에서 1년 정도 살아보는 것도 나름 괜찮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더랬죠. 하지만 지구과학 분야 연구자도 아닐뿐더러 전자통신, 기계•전기 설비, 중장비, 요리 등 지원업무도 제 전공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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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료사진 PIXABAY>

세계적으로 유명한 빙하학자인 프랑스의 클로드 로리우스(Claude Lorius)는 1957년 대학 게시판에 붙은 벽보를 본 게 인연이 돼, 극지방 빙하 연구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합니다. 수십만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빙하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층이 있답니다. 각 층에는 해당 시대 자연환경을 유추해볼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겠죠. 클로드 로리우스는 이 빙하를 연구해 지구의 역사를 더듬으며,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를 과학적, 역사적으로 입증하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1965년 클로드 로리우스는 남극의 프랑스령 아델리랜드에 머물고 있었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남극은 동경의 대상일 수 있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눈과 추위, 바람에 맞서야 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유배지나 다름없었겠죠. 특히나 몇달째 밤만 계속되는 극야(極夜) 현상은 사람을 멍하게 만들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도록 했답니다. 이런 환경에서 클로드 로리우스는 프랑스인답게(?) 위스키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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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료사진 PIXABAY>

그날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위스키를 잔에 따랐는데, 마침 얼음이 떨어졌지 뭡니까. 급한 대로 탐험대가 채취해온 빙하 조각을 조금 떼어내 잔에 넣은 뒤 위스키를 한모금 마셨다고 합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 위스키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순간, 위스키 잔에서 기포 터지는 소리가 가늘게 들리더랍니다. 샴페인이나 콜라를 따랐을 때처럼 말이죠.

머리가 멍한 상태였지만 ‘왜 빙하 얼음조각에서 기포가 일어나지?’란 의문이 일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는데, 순간 어떤 깨달음이 오더랍니다. ‘아 이 기포를 분석하면 빙하가 만들어졌을 당시 대기성분을 알아낼 수 있겠구나!’

인류가 지구 기후변화 역사의 비밀을 풀게 될 단초를 확보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실제 클로드 로리우스는 빙하가 머금은 기포 연구에 나섰고, 연대별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학자들도 이에 주목했고, 이에 바탕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온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가는 활동을 이어갈 경우 지구온난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1980년대 후반 과학저술지 <네이처>에 발표됩니다. 이를 계기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제대로 된 논쟁이 촉발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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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 출처: 플리커 www.flickr.com>

결국, 우연히 마시게 된 ‘빙하얼음 탄 위스키’가 지구온난화 규명의 단초가 됐던 셈입니다. 그런데 클로드 로리우스가 빙하의 비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연구자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기포 소리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고, 위스키 맛에만 취해 그 순간을 흘려보냈겠죠.

그렇습니다. 우연이 역사의 향방을 결정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우연은 그냥 우연일 뿐입니다. 변화와 혁신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에게는 주변의 사소한 에피소드가 단초가 돼 큰 성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아무런 고민이나 준비가 없는 이에게는, 설령 ‘운명의 여신’이 다가와도 이를 알아챌 수 없겠죠. 결국 준비하는 이에게 기회가 온다는 얘기겠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자, 여러분은 어떤가요? ‘평생의 기회’이자 ‘운명의 순간’이 조용히 다가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고 붙잡을 준비 잘 하고 계신가요?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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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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