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살아남은 인류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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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를 보니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가 우리나라에서만 700만 관객을 넘겼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탓에 이상고온과 대규모 황사로 더 이상 곡물을 키울 수 없는 근미래,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연히 발견한 웜홀을 통과해서 생명이 살 수 있는 외계행성을 찾아 나선다. 실제로 기후격변으로 우리의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건강마저 치명적으로 위협받는 미래가 언제고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허나 이 영화가 제시하는 대안은 흥밋거리로는 몰라도 현실적으로 고려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웜홀은 아직 이론상의 존재일 뿐이다. 설령 존재한다 한들 소립자들이나 겨우 지나갈까 말까한 크기로 아주 순간 동안만 생겼다 사라진다. 과학소설 작가들과 일부 과학자들은 웜홀 크기를 대폭 키워 특이물질로 외벽을 바르면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그러나 우주선이 통과할 정도로 큰 웜홀을 만들어 그대로 유지하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과학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할까? 게다가 태양계 주변에는 웜홀이 없다. 우리는 웜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는커녕 아직 물리법칙상 실재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는 토성 궤도에 불쑥 나타난 웜홀을 5차원의 외계인들의 선물로 본다. 멸종 위기에 몰린 인류가 달아날 수 있는 탈출구로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웜홀에 돌입했을 때 우주선과 승객의 몸이 예전처럼 멀쩡할지 우리는 아직 아는 바 없다.

그렇다면 우주선의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할 수는 없을까? 이쪽도 만만치 않은 난관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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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마르고 닳도록 가도 하세월이다. 우리 태양과 가장 가까운 이웃태양으로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가 있다. 예까지는 우주선이 광속으로 날아가도 약 4.3년 걸린다. 허나 이마저 아인슈타인이 막아선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광속에 근접할수록 우주선 질량은 무한대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무한대의 질량을 가속할 수 있는 연료를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인류가 이제까지 실제로 개발한 우주선으로 같은 거리를 간다면 얼마나 걸릴까? 태양에서 약 193억km 떨어진 지점을 초속 17.46㎞로 나아가고 있는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로는 7만4천년, 초속 11㎞로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는 아폴로 11호의 새턴 로켓으로는 약 12만년이다. 이는 만일 네안데르탈인들이 프록시마를 향해 보이저 1호의 속도로 뭔가를 발사했더라면 지금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으리란 뜻이다.

로켓엔진의 성능과 효율은 계속 개선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우주선 속도를 광속의 10%까지 올릴 수 있다 쳐보자. 그럼 약 43.5년이면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가 있다. 몇 사람의 탐사대만 보내려도 40여 년 동안 이들에게 필요한 음식과 물, 옷 그리고 무엇보다 산소를 어떻게 우주선의 제한된 공간 안에 싣고 간단 말인가? 그런 처지에 수백만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인류를 이주시킬 꿈을 어찌 꿀 수 있을까. 먹지도 입지도 않고 산소도 조금밖에 소비하지 않는 냉동인간이 된다면 그나마 도움이 되겠지만 이마저도 아직은 실현단계가 아니다. 좀 더 허무하게 들릴만한 이야기를 하자면, 프록시마 센타우리 항성계라고 해서 인간이 살기에 알맞은 행성을 품고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이보다 더 먼 항성계로 가자면 투자비용 대비 효율성은 훨씬 더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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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인터스텔라>에서와 같은 지구촌 전반의 대재앙을 겪는다 한들, 태양계 너머로의 대대적인 이주는 실질적인 대안이 전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실현 가능한 대안에는 어떤 후보들이 있을까?

1차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피신처는 땅 속이나 물 속이다. 지상에서 어떤 격변이 일어나든 지하와 수심 깊은 곳에서는 일정한 생존조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상의 여건이 나아지면 다시 나오면 그만이다. 가브리엘 드 타드(Gabriel De Tarde)의 <지저인간 Underground Man; 1884년>과 로벗 실버벅(Robert Silverberg)의 <대빙하 시대 Time of the Great Freeze; 1964년>는 기온 급강하로 빙하시대가 다시 오자 추위에 견디지 못한 인간들이 지하에 자족도시를 건설한다. 휴 하위(Hugh Howey)의 <울 Wool; 2011년>과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Dmitry Glukhovsky)의 <메트로 2033 Metro 2033; 2005년>에서도 지하 통로에서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원인이 전면핵전쟁으로 인한 낙진과 방사능 때문이다. <인터스텔라>에서와 같은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을 막는답시고 너무 지나치게 규제를 해도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래리 니븐(Larry Niven)과 제리 퍼넬(Jerry Pournelle) 그리고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 셋이서 함께 쓴 <추락한 천사들 Fallen Angels; 1991년>이 바로 그러한 예다. 온실효과 차단을 위해 배기가스 규제법이 워낙 강력하게 시행되다 보니 수증기가 먼지 없이 쉽게 응결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자 구름이 지구를 감싸지 못해 땅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식어버린다. 이 과정이 어느 선을 넘어서자 온실효과를 방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빙하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킨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증가한 빙하는 햇빛의 반사율을 끌어올려 빙하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 이른바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10 이상을 차지하는데서 보듯 무한한 식량과 자원을 품고 있어 뭍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피신처가 될 수 있다. 비교적 얕은 대륙붕에 해저도시를 건설하려 해도 엄청난 수압을 버텨낼 공학기술이 필요하지만 광속우주선과 웜홀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에 비하면 충분히 현실적이다. 심지어 아베 코보(安部公房)의 <제4 간빙기 第四間氷期; 1959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조만간 육지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자 물속에서도 호흡할 수 있는 인간으로 유전공학적 개량이 이뤄진다.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리면 태양계 내의 행성과 위성들이 있다. 어차피 외부 항성계의 행성들에 정착하려 해도 우리가 그곳 태생이 아닌 한 어느 정도의 환경개선은 필요하다. 그런 기술이 있다면 굳이 멀리 갈 것 없이 화성과 금성 같은 지구 크기의 암석질 행성이나 타이탄과 트리톤, 유로파, 엔셀라두스처럼 대기를 지닐 만큼 덩치가 크거나 지층 속에 지구의 바다보다 많은 물을 품고 있는 비교적 큰 위성들의 환경을 우리가 살기 좋게 고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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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연환경개선 작업을 ‘테라포밍’(지구화)이라 한다. 또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진공의 우주공간에 도시만한 크기의 인공거주구(Space Habitat)를 건설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테라포밍과 인공거주구는 지구 중력에 묶인 사람들을 값비싼 연료를 들여 우주로 수송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건대 그다지 경제적이지 않다. 특히 지구 종말을 앞두고 국민 대다수의 불안을 잠재워가며 각국 정부들이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공학기술개발과 천문학적인 건설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누구는 황사가 하늘을 온종일 뒤덮는 지구에 남고 누구는 우주로 나아갈 것인가? 우주식민지 개발은 당면한 위기를 당장 타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정부와 국민, 정부와 정부 간에 상호공감과 협력을 통해 이뤄나가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분야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면 결론은 간단하다. 세상의 종말이 올까 우려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라! 지구온난화든, 환경오염이든, 핵전쟁이든, 무차별 살상하는 강력한 전염병이든 간에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생태계 파괴의 원인은 십중팔구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을 공산이 크다. “외계로 떠나세” 또는 “땅을 파고 들어가세” 하며 요란을 떨기 전에, 먼저 오늘의 삶을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영위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눈으로 각국 정부와 다국적 대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면 우리 중 한줌도 되지 않는 사람들만 급히 우주선에 태워 정처 없이 우주로 탈출시키는 황당한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않게 될 것이다. 어떠한 위기에 처할지 모르는 세상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가장 값싸고 영악한 방법은 지금 당장이라도 지구가 멍들지 않게 당신부터 정신 차리는 것이 아닐까?

고장원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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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평론가, 작가, 과천과학관 SF2014 외 다수 과학소설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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