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 어른들의 기호식품?

건강에 해로운 술과 담배! 나쁜 줄 알면서 못 끊는 분들 많으시죠?
미래에도 어른들의 기호식품은 몸에 해로울까요? 김진우 SF작가의 상상으로 만나는 100년 뒤 미래!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때는 2115년. 시나리오 작가 벤은 몸담고 있던 영화사로부터 해고됐다. ‘잘릴 만하지. 내가 쓴 시나리오는 이제 개도 안 보니….’ 그렇게 자조하면서 짐을 꾸려 영화사를 나올 때 그는 또 한통의 씁쓸한 연락을 받았다. 아내한테서 이혼 통보가 온 것이다. ‘당연해. 남편 노릇 제대로 한 적 없으니… 그런데   이 모든 게 하루 사이에 일어나다니….’ 이제 그에겐 꿈도 희망도 없었다. 살아가는 게 무의미했다.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후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몇 달 간 버틸 수 있는 정도의 돈 뿐이었다.

그는 쉬지 않고 술을 마셨다. 그런데 취할 만하면 정신이 도로 말짱해졌다. 알코올이 없다. 그 대신 마약처럼 기분을 좋게 만드는, ‘해피타임’이라 불리는 인공 화합물이 들어가 있다. 생체 기계이기도 한 해피 타임은 사람이 과음하지 않도록 방출되는 양을 센서를 통해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는 결국 술병을 내던지며 외쳤다. ‘다른 술이 필요해!’

01해피타임

벤은 조상들이 즐겨 마셨던 알코올 성분의 술을 이미 맛 본 경험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과거의 술을 독약이 들어가 있다는 뜻에서 ‘독주’라고 불렀다. 그런데 벤은 그 독주를 마시고 싶었다. 결국 벤은 LA 뒷골목에서 불법 유통되는 독주를 박스째 구매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트렁크에 싣고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그는 가는 도중에 쉬지 않고 술을 들이켰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그는 모텔을 잡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다 잠자는 일을 반복했다. 술 마시다가 죽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외로웠다.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었다. 그때 거리의 여자인 세라를 만났다.

세라는 가짜 연기를 뿜어내는, 홀로그램 담배를 피우는 로봇이었다. 센서가 내장된 담배를 빨아댈 때마다 세라의 뇌에선 니코틴 성분이 방출될 때와 같은 각성작용이 일어난다. 세라는 포주가 자신을 통제하려고 담배를 빨아댈 때마다 전자마약을 뿜어내는 몇 개의 트랜지스터를 자신의 머리에 심었다는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뽑아낼 용기가 없었다.

02세라머리속

벤은 세라를 모텔로 데려 왔다. 그리고 밤새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그녀가 물었다. “왜 그렇게 술을 마셔요?” “정신의 각을 무너뜨리려고.” 이번엔 그가물었다. “왜 그렇게 담배를 피워대지?” “정신의 각을 세우려고. 하지만 솔직히 이건 내 의지가 아니에요.”

벤은 고백했다. “난 한 번도 누굴 사랑해 본 적이 없어. 그런데 요즘은 뭔가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하지만 때가 늦었지.” 세라는 그의 볼을 어루만지며 진심으로 슬퍼했다. 벤이 그녀에게 말했다. “매일 밤, 너를 사겠어. 내가 죽을 때까지. 그 대신 넌 내게 아무 잔소리도 해선 안 돼.” 그날 이후 그들은 매일 밤만 되면 모텔에서 얘기를 하며 밤을 새웠다. 가수 스팅의 ‘Angel Eyes’ 같은 음악을 들으며…. 그러다가 새벽녘이 되면 세라는 잠에 곯아떨어진 그의 곁에서 일어나 모텔을 나섰다. 세라는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벤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어느 날 결국 잔소리를 했다. “제발 좀 그만드세요.” 그럴 때마다 벤은 말했다. “쉿!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때야.”

두 사람이 만난 지 한 달째 되던 어느 날, 벤은 세라의 품속에서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영영 못 깨어날 것 같은 잠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벤은 눈을 떴다. 주위가 온통 하얬다. 그곳은 보건소였다. 의사가 그에게 커피 잔을 건넸다.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α 커피’죠. 요즘은 모두 술 대신에 이걸 마셔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란 말 들어보셨죠? 조깅 중에 마치 마리화나를 피울 때와 같은 쾌감이 일어나는데….” 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본 적 있어요. “이 커피는 우리의 뇌가 ‘러너스 하이’를 불러오는 천연물질을쉽게 만들도록 해줍니다. 또 운동하고픈 욕구도 불러일으키죠.”
03커피

그날 밤, 벤은 모텔에서 세라를 다시 만났다. “나를 살렸더군. 고마워.” 그러자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선물로 드린 새로운 인생이에요.”벤은 어느 순간 그녀의 입에 담배가 물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담배는?” “끊었어요. 이 세라가 담배를 끊은 지구 최초의 로봇이죠.” “그럼 이제 그 누구도 당신을 통제할 수 없겠군.” “아뇨. 다른 방법이 있죠.” 그녀는 그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벤이 그녀에게 입맞춤하며 말했다. “우리커피나 한 잔 할까? 그러고 나서….” 끝.

김진우 SF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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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 3183년생이란 걸 믿어줄래. 난 시간이동과 음악을 좋아해

4 thoughts on “100년 뒤 어른들의 기호식품?

  1. 이때 쯤이면 입으로 씹어 삼키지 않고 파스처럼 붙이는 패치가 보편화될 겁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전쟁터에 투입된 군인들에게 무게가 만만치 않고 먹느라 번거로울 수 있으니까 신체에 패치를 부착시켜 영양소가 흡수되도록 고안한 제품이 개발중인에 군인들의 반응이 의외로 부정적이랍니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느냐는 거죠.
    제 생각엔 100여년이 한참 지난 미래에서는 이런 패치를 입주면에 붙이면 혀의 미각세포를 자극시켜 안먹어도 맛이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생각이지만 어른들의 100년뒤 기호식품은 직접 섭취가 아닌 패치형태의 영양 공급원이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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