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신>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10월 1일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됐습니다. 올해로 20돌을 맞는 성년으로 성장한 이 영화제는 어느새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제 2의 도시이자 제 1의 항구도시 부산 역시 영화의 도시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게 됐지요.

1996년 9월13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첫 번째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됐습니다. 당시 개막 다음날인 9월14일 경향신문 기사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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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강수연과 김지미 / 사진 경향신문 >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3일 오후 7시30분 부산 우1동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특설무대에서 국내외 인사 및 영화관계자·시민 등 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 개막됐다. 오는 21일까지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남포동 5개극장에서 열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31개국의 영화 1백71편이 선보인다. 이날 문정수 부산시장의 환영사와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 및 개막작 소개, 게스트 소개에 이어 개막작이 상영됐다. 개막작 <비밀과 거짓말>(감독 마이크 리)은 올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6층건물 높이(33×18.5m)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돼 장관을 연출했다.

사실 첫 영화제가 열리던 당시만 해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을 낙관하는 분위기는 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첫 영화제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영화제 기간동안 부산을 찾았던 인파가 15만명을 넘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의 22만명과 비교하면 초기부터 상당히 많은 관객이 찾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융성하면서 이에 대한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부산 1회 남포동

< 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남포동 일대 / 사진 경향신문>

아시아 영화를 주종으로 한 비경쟁영화제를 표방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성공적으로 첫발을 떼고 순항을 이어갑니다.  아시아의 거장과 신예감독들, 각종 작품들을 아우르기 시작했고 세계 무대에서도 아시아 영화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영화제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첫 영화제의 참가작은 31개국에서 온 171편이었습니다. 이는 20년새 얼마나 늘었을까요.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75개국에서 304편이 참가합니다. 이중 월드 프리미어는 9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7편입니다. 월드 프리미어는 국내외에서 처음 상영하는 작품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자국 밖에서 처음 상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같은 프리미어작의 숫자와 수준은 그 영화제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요. 특히 영화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개·폐막작은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작은 당연히 모두 아시아 영화였습니다. 단, 1회 영화제의 개막작 <비밀과 거짓말>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영국 프랑스 합작 영화이자 칸 영화제 수상작인 이 영화를 당시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신생 영화제라는 부담감에 따른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현재는 부산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영화의 전당 등지에서 영화제가 열리지만 초창기엔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서 열렸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극장, 국도극장 등이 늘어서 있던 이 지역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인근에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 등 명물 시장을 비롯해 남포동, 광복동 쇼핑센터와 유흥업소도 밀집해 있어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은 내내 활기와 왁자함으로 넘쳐났습니다. 이후 해운대 센텀시티에 영화의 전당이 들어선 뒤에는 주요 무대는 해운대로 바뀌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회자는 곽부성, 강수연

<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곽부성과 강수연이 개막식 사회를 보고 있다 / 사진 출처 경향신문>

그동안 부산을 찾았던 스타들도 많았습니다. 아시아 거장들과 톱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올리버 스톤, 쿠엔틴 타란티노, 엔리오 모리코네, 제레미 아이언스, 줄리엣 비노쉬 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부산을 찾았습니다.

[BIFF]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탕웨이

< 지난해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중국배우 탕웨이 / 사진 출처 경향신문>

그렇다면 20주년을 맞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떻게 즐겨볼까요. 10월1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의 개폐막작은 인도영화 <주바안>과 중국영화 <산이 울다>입니다. 홈페이지(www.biff.kr)를 참조하시면 더 자세한 상영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중 관심을 끄는 작품으로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택시>가 있습니다.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작품이지요.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대만 허우샤오센 감독의 <자객 섭은낭>도 주목할 만합니다.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찬란함의 무덤>, 팔레스타인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의 <더 아이돌>도 추천작으로 꼽힙니다.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은 2013년 <오마르>라는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2011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시작돼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의 우승자 모하메드 아사프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것입니다.

20주년을 축하할만한 특집도 마련돼 있습니다. <아시아 영화 100>이라는 특별전인데 아시아 영화 100편을 선정했고 이중 대표적인 명작 10편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시아 거장 감독들도 한자리에 모입니다.

20회 기자회견

<지난 8월 이용관,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이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 BIFF>

상영작은 <동경이야기>(오즈 야스지로), <라쇼몽>·<7인의 사무라이>(구로사와 아키라), <비정성시>(허우샤오센), <하녀>(김기영), <스틸라이프>(지아장커), <클로즈업>(아바스 키아로스타미) 등입니다.

[BIFF] ‘오픈토크’ 박유천 보기 위해 운집한 팬

<지난해 열린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박유천과 함께 한 오픈토크 행사장에 모인 관객들/ 사진출처 경향신문>

이 외에 <디 아더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스릴러 <리그레션>, 드니 빌뇌브의 범죄 스릴러 <시카리오>, 올해 선댄스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인 션 베이커 감독의 <탠저린>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을 기념해 부산 시립미술관에서는 지브리의 원화와 영화속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도 열립니다.

영화제를 빛낼 게스트도 화려합니다. 영화 <라붐>으로 기억되는 청춘의 아이콘 소피 마르소, 1980년대를 대표하는 나스타샤 킨스키 등이 부산을 찾습니다. 아마 40대 이상의 영화팬들이라면 이름만으로도 설렘과 기대감에 사로잡힐, 추억의 스타들입니다. 또 명품배우로 꼽히는 하비 케이틀, 영화 <나쁜 피>의 레오 카락스 감독, <설국열차>에도 출연해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틸다 스윈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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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아이돌 편애 쩌는 딴따라 b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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